91.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2023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페디는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KBO 시상식에서 총유효표 111표 중 102표를 얻어 MVP를 수상했다. 그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내 야구 인생에서 올해만큼 대단한 시즌은 없을 것"이라며 감격했다.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를 올렸다.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을 석권하며 선동열(1986·89·90·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1986년 해태 선동열(24승·탈삼진 214개) 이후 37년 만이자 역대 다섯 번째 '시즌 20승·200탈삼진'을 동시에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처음 도입한 수비상에서도 감독과 단장, 코치가 꼽은 투수 부문 수상자(94.91점)로도 뽑혔다. 이날 총 5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페디는 "한 시즌 이런 마무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11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도 유력하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해 아들의 수상에 눈시울을 붉힌 페디의 아버지는 "인생에 한 번뿐인 기회여서 함께 왔다.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최고의 아들"이라고 감격해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 후 눈물을 흘렸던 페디는 사회자가 당시 상황을 언급하자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팔뚝 통증 탓에) 포스트시즌에서 NC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눈물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페디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유행하는 변형 슬라이더 '스위퍼'로 KBO리그를 평정했다.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 그는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에 스위퍼까지 장착해 위력을 더했다. 여기에 상하를 공략하는 체인지업도 완벽했다. 땅볼/뜬공 비율이 1.69로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1위였다.
융화력도 최고였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동료를 카메라로 찍어 보드에 붙였다. 구단 유튜브를 통해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쓴 문장을 연습한 뒤 "마! 저 봐라. 영 파이다. 오늘 갱기 모한다. 내일 온나(저기 하늘 봐라. 날씨가 매우 안 좋다. 오늘 경기 못 하니 내일 와라)"라고 말하는 친근한 모습도 공개했다.
이날 신인상을 수상한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시즌 도중 외국인 스카우트를 통해 "만나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페디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문동주가 궁금해하는 야구 노하우를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이날도 문동주에게 귓속말로 "지금 내 상(MVP)을 나중에 네가 들고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페디는 "내가 알려준 것을 문동주 선수가 선보인다면 그만큼 리그가 성장하고, 더 재밌는 야구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페디는 MLB 6년 통산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했다. 2021~2022년에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선발 투수로 뛰었다. 페디는 올해 활약을 바탕으로 MLB는 물론 일본프로야구(NPB)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NC와의 재계약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of course(물론)"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