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울버햄프턴)의 골이 또 터졌다. 이번 시즌에만 벌써 8호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7번째 골이다. 자신이 페널티킥을 유도한 뒤 가운데로 강하게 차는 강심장 페널티킥으로 상대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다만 황희찬의 값진 골은 팀의 허망한 패배로 빛이 바랬다. 울버햄프턴은 페널티킥으로만 연속골을 실점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황희찬은 28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크레이브 코티지에서 열린 2023~24 EPL 13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풀타임 출전해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활약했다. 지난달 29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이후 약 한 달만의 득점이자 이달 5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 어시스트 이후 2경기 만의 공격 포인트다. 이날도 골을 추가하면서 황희찬은 EPL 7골·2도움, 리그컵 1골 등 한 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8골·2도움)도 채웠다. EPL 7골은 압도적인 팀 내 1위다. 황희찬의 뒤를 이어 팀 내 득점 2위는 3골을 넣은 마테우스 쿠냐다.
황희찬은 팀이 1-2로 뒤지던 후반 30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키며 환하게 웃었다. 볼 경합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에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그는 직접 키커로 나섰고, 가운데로 강하게 차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시즌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황희찬은 전반 14분 강력한 슈팅이 크로스바에 강타하거나 후반 추가시간 막판 날카로운 슈팅이 골대를 살짝 외면하는 등 경기 내내 풀럼 골문을 위협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을 비롯해 폿몹, 소파스코어 등 각종 매체 평점에서 팀 내 최고점을 받은 건 이날 황희찬의 존재감을 고스란히 보여준 지표였다.
황희찬은 다만 골을 넣고도 웃지 못했다. 자신의 값진 동점골로 2-2 균형을 맞췄지만, 후반 추가시간 막판 울버햄프턴이 통한의 결승골을 실점한 탓이다. 특히 울버햄프턴은 이날 2, 3번째 실점 모두 페널티킥으로 허용하며 자멸했다. 2골 모두 첼시·아스널 등에서 뛰었던 윌리안이 성공시키면서 울버햄프턴을 무너뜨렸다.
이날 패배로 울버햄프턴은 직전 라운드에서 토트넘을 2-1로 제압했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승점 15(4승 3무 6패)로 12위에 머물렀다. 원정에선 지난 셰필드전에 이어 2연패다. 반대로 풀럼은 울버햄프턴을 제물로 최근 리그 2연패 포함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의 흐름을 끊어내면서 14위로 올라섰다. 울버햄프턴과는 승점 동률(4승 3무 6패)이다.
울버햄프턴은 내달 3일 오전 0시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선두 아스널과의 EPL 14라운드 원정 경기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황희찬도 어김없이 선발로 나서 아스널 골문을 노리게 될 무대다. 아스널 원정은 황희찬이 지난해 2월 골을 터뜨렸던 경기이기도 하다.
이날 울버햄프턴은 황희찬과 쿠냐가 투톱을 이루고, 라얀 아이트누리와 주앙 고메스, 마리오 르미나, 장리크네트 벨가르드, 넬송 세메두가 2선에 포진하는 3-5-2 전형을 가동했다. 토티 고메스와 막시밀리언 킬먼, 산티아고 부에노는 수비라인을, 주제 사는 골문을 각각 지켰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홈팀 풀럼이 잡았다. 전반 1분 만에 라울 히메네스가 오른발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초반 기세는 전반 7분 선제골로 이어졌다. 알렉스 안토니 로빈슨의 패스를 받은 알렉스 이워비가 골 에어리어 왼쪽에서 찬 왼발 슈팅이 울버햄프턴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풀럼은 톰 케어니의 슈팅 등으로 울버햄프턴을 압박했다.
분위기를 바꾼 건 황희찬의 슈팅 하나였다. 전반 14분 역습 상황에서 상대 진영으로 파고든 황희찬은 레미나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아크 정면에서 찬 슈팅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아쉬움을 삼킨 장면이었지만, 이 슈팅은 경기 초반 분위기를 바꾼 한 방이 됐다.
결국 울버햄프턴이 빠르게 균형을 맞췄다. 전반 22분 벨레가르드의 측면 크로스를 쿠냐가 헤더로 연결했다. 쿠냐의 헤더는 골문 왼쪽 하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황희찬은 쿠냐도 앞선에 서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빼앗으며 힘을 보탰다.
동점골을 실점한 풀럼이 재차 추가골을 위한 공세에 나섰다. 다만 이워비의 왼발 중거리 슈팅을 비롯해 케어니, 로빈슨의 슈팅이 잇따라 골문을 외면하거나 수비벽에 막혔다. 결국 전반은 1-1로 맞선 채 마무리됐다. 울버햄프턴은 전반전 점유율에서 44%로 다소 열세였고, 특히 슈팅 수에선 2-6으로 크게 밀렸다. 2개 중 1개가 골대를 강타한 황희찬의 슈팅이었다.
후반전 포문은 울버햄프턴이 열었다. 후반 1분 만에 쿠냐가 헤더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고, 2분 뒤엔 레미나의 왼발 중거리 슈팅까지 나왔다. 다만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9분 킬먼의 헤더는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초반 기세를 살리지 못한 울버햄프턴은 오히려 후반 14분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윌리안이 오른쪽 구석 하단으로 깔아 차 균형을 깨트렸다.
울버햄프턴이 곧장 반격에 나섰다. 세메두와 레미나의 슈팅 등을 앞세워 동점골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후반 30분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주인공은 황희찬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황희찬은 상대 수비수에 맞고 공이 뒤로 흐르자, 헤더로 한 차례 트래핑하며 공 소유권을 잡았다. 이후 페널티 박스 안 경합 상황에서 수비수에 밀려 넘어졌다. 주심은 단호하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황희찬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황희찬은 방향을 선택하는 대신 가운데로 강하게 차는 강심장 선택을 했다. 골키퍼가 몸을 날리면서 황희찬의 슈팅은 그대로 풀럼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시즌 8호골이자 EPL 7호골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황희찬은 왼쪽 가슴에 새겨진 울버햄프턴 엠블럼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골에 대한 기쁨과 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2-2로 팽팽히 맞선 뒤엔 극적인 결승골을 위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풀럼 케어니의 슈팅엔 울버햄프턴 도허티의 슈팅으로 응수했다. 경기가 막판으로 향할수록 홈팀 풀럼의 공세가 더 세졌다. 이워비와 해리슨 리드의 슈팅이 나왔다. 다만 풀럼 역시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정규시간은 2-2로 팽팽히 맞선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균형이 깨졌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울버햄프턴의 파울이 나오면서 또다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주심은 VAR을 거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다시 키커로 나선 윌리안이 이번엔 왼쪽으로 페널티킥을 차 균형을 깨트렸다. 울버햄프턴 입장에선 치명적인 실점이었다.
궁지에 몰린 울버햄프턴은 또 한 번 극적인 동점골을 위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막판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찬 오른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경기는 울버햄프턴의 2-3 패배로 막을 내렸다.
이날 황희찬은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3개의 슈팅을 시도해 1골을 넣었다. 패스 성공률은 69%(11회 성공)였고, 특히 풀럼 박스 안에서 4차례나 공을 터치하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지상볼 경합 상황에선 5차례 중 3차례를 이겨내는 존재감도 보여줬다. 3개의 파울을 얻어냈고, 이 가운데 1개는 귀중한 페널티킥으로 이어졌다.
폿몹 평점은 무려 8.2점이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울버햄프턴 선수 8명은 5~6점대 평점이었고, 나머지 2명도 7점대였던 반면 황희찬만 홀로 8점대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양 팀 통틀어도 3번째로 높은 평점이었다.
소파스코어 평점에서도 7.6점을, 후스코어드닷컴 평점에선 7.5점을 각각 기록했다. 두 매체 역시 평점은 팀 내 최고점이었다. 울버햄프턴이 이날 2-3으로 패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인상적인 평점이었다. 그만큼 황희찬이 보여준 경기력만큼은 임팩트가 컸다는 뜻이었다. 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기 공식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