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20·잉글랜드)이 또 다른 구단 새 역사를 썼다. 앞서 이적 첫 15경기 최다골 신기록을 세우더니 이번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구단 역사상 최초다.
벨링엄은 3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5차전에서 나폴리(이탈리아)를 상대로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의 4-2 승리, 그리고 조 1위 16강 진출을 이끈 활약이었다.
벨링엄은 팀이 1-1로 맞서던 전반 22분 다비드 알라바의 롱패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3-2로 앞선 경기 종료 직전엔 호셀루의 쐐기골까지 도우며 멀티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특히 이날 골을 추가하면서 벨링엄은 레알 마드리드 이적 첫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경기 연속골이라는 구단 새로운 역사를 썼다.
벨링엄은 지난 9월 우니온 베를린(독일)전을 시작으로 10월 나폴리·스포르팅 브라가(포르투갈) 원정 2연전에 모두 골을 넣었다. 이달 9일 스포르팅 브라가와의 홈경기에서 휴식을 취한 벨링엄은 나폴리전에서 득점포를 또 가동했다.
순도도 높았다. 우니온 베를리전과 스포르팅 브라가 원정에선 모두 결승골을 넣었다. 나폴리 원정에선 1골·1도움을 쌓는 등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서 4골·2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벨링엄이 레알 마드리드 구단 새 역사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7일 스페인 카디스의 에스타디오 누에보 미란디야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4라운드 원정경기 카디스전에서 팀의 3-0 완승을 이끄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첫 15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14골)을 넣은 선수로 새 역사를 썼다.
그동안 이 부문 최다 득점 기록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보유한 13골이었는데, 2003년생인 벨링엄이 내로라하는 레전드들을 모두 제치고 새로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더욱 놀라운 건 벨링엄이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라는 점이다. 득점이 최우선 목표인 공격수가 아니라 중원에서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도 득점과 관련된 레알 마드리드의 각종 기록들을 경신한 것이다.
실제 벨링엄은 중원에 포진해 공격과 수비에 모두 힘을 보태는 이른바 박스 투 박스 유형의 미드필더다. 득점뿐만 아니라 패스, 수비 관련 지표에서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다. 그런데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잘 잡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까지 갖추고 있는 셈이다.
1골·1도움을 기록한 나폴리전 역시도 다르지 않았다. 벨링엄은 94%에 달하는 패스 성공률과 키 패스도 4회나 기록하는 등 동료들의 공격 지원에도 빛을 발했다. 여기에 14차례나 볼 경합을 펼쳐 이 중 절반을 이겨내고 인터셉트나 클리어링, 태클 등도 기록하는 등 돋보이는 수비 가담 능력도 선보였다.
그런데도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15경기 최다골과 UEFA 챔피언스리그 4경기 연속골 등 득점과 관련된 각종 기록들을 경신하고 있으니, 벨링엄의 재능과 성장에 대해 전 세계 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잠재력이 완전히 폭발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벨링엄은 지난 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소속으로 42경기에서 14골을 넣었는데,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엔 시즌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앞으로 점점 더 득점 등 공격 포인트 수가 더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쯤 되면 레알 마드리드 구단 역사에 남을 성공적인 영입 사례로도 충분히 남을 전망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여름 1억 300만 유로(약 1461억원)를 들여 벨링엄을 영입했는데, 이미 그의 몸값은 1억 5000만 유로(약 2128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겨우 만 20살의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몸값은 앞으로 더욱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벨링엄은 마이클 뮐러 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세계 최고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라고 극찬했던 선수이기도 하다. 뮐러 위원장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물러난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 대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투표했는데,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 대신 벨링엄에게 한 표를 던져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