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이 4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지오바니 로 셀소의 동점골을 도운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토트넘 손흥민이 4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손흥민(31·토트넘)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또 날아올랐다. 1골·1도움의 멀티 공격 포인트다. 비운의 자책골에도 흔들리지 않고 팀 중심을 잘 잡았다. 공격은 물론 경합 상황에서도 수두룩했던 100% 성공률 기록들은 이날 손흥민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대는 4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맨시티전이었다. 최근 EPL 3연패 늪에 빠진 토트넘 입장에선 ‘위기’의 원정길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어김없이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섰다. 2선엔 브리안 힐과 데얀 쿨루셉스키, 브레넌 존슨의 지원을 받는 형태였다. 전반 6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진영을 파고들었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손흥민은 반대편 패스 대신 과감하게 슈팅을 택했다. 워낙 강력했던 슈팅은 맨시티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토트넘 손흥민의 맨체스터 시티전 자책골 순간. 사진=게티이미지토트넘 손흥민의 자책골이 나오자 엘링 홀란 등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런데 손흥민 선제골 이후 3분, 정확히 137초 만에 동점골을 실점했다. 하필이면 손흥민의 ‘자책골’이 나왔다. 맨시티의 프리킥 공격 상황. 문전으로 향한 훌리안 알바레스의 날카로운 프리킥은 수비에 가담했던 손흥민의 다리에 맞고 토트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10분 만에 골과 자책골을 모두 기록한 역대 두 번째 진기록이었다. 첫 기록은 지난 1999년 5월 애스턴 빌라 소속이던 개러스 배리.
경기 초반 자책골로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던 상황. 손흥민은 그러나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최전방에서 호시탐탐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렸고, 경합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역전골까지 실점한 뒤 후반 24분엔 두 번째 공격 포인트까지 쌓았다. 지오바니 로 셀소를 향한 어시스트로 동점골을 도왔다. 지난 10월 풀럼전 이후 5경기 만에 달성한 멀티 공격 포인트. 또 EPL 역대 5번째로 1골과 1도움, 1자책골을 기록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손흥민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최전방 원톱으로서, 그리고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결국 경기는 양 팀 통틀어 6골이나 터진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토트넘은 위기의 맨시티 원정에서 3-3 무승부, 귀중한 승점 1을 쌓았다. 최근 리그 3연패 흐름도 끊어냈다.
토트넘 손흥민이 4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토트넘 손흥민이 4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는 순간. 사진=게티이미지 손흥민의 존재감이 빛났다. 비단 1골·1도움의 공격 포인트뿐만 아니라 각종 지표에서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상대가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맨시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실제 이날 손흥민은 1개의 슈팅이 그대로 유효슈팅과 골로 연결됐다. 슈팅 정확도는 100%였다. 드리블 성공(2회) 롱패스(1회) 모두 100% 성공률을 보였다. 경합 상황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지상볼 경합(3회), 공중볼 경합(1회) 모두 성공률은 100%였다. 유일하게 100%가 아닌 기록은 손흥민과는 거리가 먼 태클(1회·0%)이었다.
이같은 존재감은 현지 팬들도 홀렸다. 약 4만 2000명의 팬들 가운데 40.8%가 손흥민을 이날 경기 최고의 선수로 꼽았다. 3-3 난타전이 펼쳐진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현지 매체들의 극찬도 쏟아졌다. 영국 풋볼런던, 스탠다드는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매겼다. 쿨루셉스키에 이어 2위였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평점 역시도 7점이었다. 폿몹, 후스코어드닷컴 등 스탯을 기반으로 한 평점 역시도 7점대 이상의 높은 평점이 손흥민에게 향했다.
맨시티를 상대로는 또 한 번 강세를 보여줬다. 손흥민이 맨시티를 상대로 공격 포인트를 쌓은 건 지난해 2월 맨시티 원정 이후 3경기 만이다. 당시 손흥민은 쿨루셉스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골을 잇따라 도우며 팀의 3-2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밖에 지난 2021년 8월엔 맨시티전 결승골, 2020년엔 맨시티를 상대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유독 맨시티를 상대로 강했다. 이날 역시 비운의 자책골에도 불구하고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선두 재도약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려던 맨시티에 찬물을 끼얹었다.
맨시티 골망을 가른 후 세리머니 하는 손흥민. 사진=로이터 연합뉴스토트넘 손흥민이 4일 맨체스터 시티전을 마친 뒤 팬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밎 EPL에선 9골(2도움)을 기록하며 무려 8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도 눈앞에 뒀다. 지난 시즌엔 36경기에 출전해 10골을 넣었지만, 올 시즌엔 14경기 만에 벌써 9골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EPL 득점 순위에서도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14골)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0골)에 이어 단독 3위로 올라서며 득점왕 레이스에도 불을 지폈다.
이밖에 EPL 통산 112골을 기록, 사디오 마네(알 나스르) 디온 더블린(은퇴·이상 111골)을 제치고 단독 24위가 됐다. 23위 이안 라이트와는 1골 차. 공동 21위 스티븐 제라드와 라힘 스털링(이상 120골) 20위 로멜루 루카쿠(121골)의 기록도 어느덧 한 자릿수로 줄어 10위권대 진입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크리스털 팰리스전 이후 4경기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한 손흥민은 오는 8일 오전 5시 15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EPL 15라운드를 통해 2경기 연속골이자 EPL 두 자릿수 득점에 도전한다. 웨스트햄 역시 손흥민이 최근 EPL 6경기에서 4골·1도움으로 유독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상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