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왼손 투수 이승현(21)은 현재 호주야구리그(ABL)에서 뛰고 있다. 유망주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삼성 구단이 호주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제휴를 맺은 덕분이다.
여기서 이승현은 불펜이 아닌 선발 투수로 뛰고 있다. 2021년 데뷔 후 1군에서 줄곧 불펜 역할만 했던 그는 호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호주로 떠나기 전, 이승현이 코치진에 선발 투수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승현은 "내가 선발 투수를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겨울에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선발로 경쟁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선발 투수 찾기에 고심이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원태인까지는 고정적이나, 나머지 두 자리의 주인공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승현이 도전장을 내민다.
호주에서 이승현은 투구 수와 이닝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 18일 브리즈번 밴디트와의 경기에서 ABL 데뷔전을 치른 그는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6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25일 퍼스 히트전엔 3과 3분의 2이닝 1자책점을 기록했고, 지난 2일 시드니 블루삭스전에선 4이닝(1자책)을 채웠다. 3경기 동안 거둔 그의 성적은 4피안타 13탈삼진 평균자책점 1.69(10과 3분의 2이닝 4실점 2자책).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함께 호주에 가있는 박희수 삼성 투수 코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투구 수는 45개에서 시작해 매 경기 10+5개 씩 늘려가고 있다. 최근 경기에선 64개를 던졌다"라면서 "고무적인 것은 60개를 던져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고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이 좋아진다. (이)승현이가 중간 투수를 할 때 가장 불안했던 요소가 제구 불안과 볼넷이었는데, 긴 이닝을 던지면서 부담이 줄어든 모습이다"라며 제자의 활약을 칭찬했다.
그동안 삼성 구단에서는 이승현을 '제2의 오승환'으로 낙점해 마무리 투수로 키웠다. 그러나 프로 데뷔 전 이승현의 꿈은 '제2의 류현진' 혹은 '왼손 원태인'이었다. 강속구와 함께 안정적인 제구를 자랑하는 '선발 투수'를 꿈꿔왔던 그였다. 지난 3년간 불펜에서 뛰며 "보여준 것이 없는 것 같다"라고 자책한 그는 "(호주에서 선발 경험을 통해) 더 성장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승현은 호주에서 선발 가능성을 밝히며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