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항(29)이 형 최정(36·SSG 랜더스)과 다른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새롭게 출발한다.
최항은 지난달 열린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0순위(8라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지 12년 만에 이적하게 됐다.
최항은 "(최)정이 형이 2차 드래프트 결과를 듣고 가장 먼저 내게 알려줬다.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오래 몸담은 팀에서 성과를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나도 (필요로 하는 다른 팀에) 뽑혔구나'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면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롯데 이적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반겼다.
최항은 2차 드래프트 사흘 뒤인 지난달 25일 롯데 구단 납회식에 참석, 새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원래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처음에는 후배들의 인사도 잘 받지 못했다. SSG에서 함께한 (박)승욱이 형이 잘 이끌어줘 낯가림을 줄였다"며 "전준우, 정훈, 유강남, 노진혁 선배들이 많이 알려줬다"고 고마워했다.
최항에게 롯데는 '기회의 땅'이다. 주전 2루수였던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와 4+2년 최대 72억원에 계약하며 롯데를 떠났다. 확실한 주전 1루수도 없다. 3루수 한동희가 올 시즌 1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새 외국인 타자의 포지션도 현재까지는 외야수가 유력하다.
SSG에서 유격수 외에 내야 3개 포지션을 소화한 최항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펼쳐진 셈이다. 최항은 프로에서 2루수로 가장 많은 1085이닝을 수비했고, 3루수(278과 3분의 2이닝) 1루수(139와 3분의 1이닝)로 나선 경험도 있다.
박준혁 롯데 단장은 "안치홍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민했다. 내야진의 선수층을 두껍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최항은 확실한 공격력을 갖고 있다. 3루 등 내야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항은 "(2차 드래프트로 옮겨왔으니) 내게 출전 기회를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기량을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항은 2018년 98경기, 2019년과 2020년에는 50경기 정도씩 출장했다. 프로 통산 813타석에서 타율 0.273을 기록할 만큼 타격 재능은 확실하게 갖췄다. 수비에서 아쉬움을 떼지 못했다. 총 48이닝을 수비한 올 시즌에도 실책 4개를 기록했다. 통산 실책(26개)도 적지 않다. SSG의 핫코너에는 최정이 터줏대감이었다. 2루에도 최주환(키움 히어로즈) 김성현 등이 있어 주전을 꿰차지 못했다. 최항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수비에 많은 재미를 느낀다"며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 출발선에 선 최항은 "부산은 야구 열기가 남다른 곳이지 않나"라며 "'저 선수가 (타석이나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기대감이 든다. 무언가 해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