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9)가 할리우드로 향한다.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계약했다고 10일(한국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계약 규모는 10년 총액 7억 달러(9240억원)에 달한다.
스포츠 계약 역사에 남을 최고액 규모다. 미국프로풋볼(NFL) 패트릭 마홈스가 기록했던 5억300만 달러(6640억원·보장 기준은 종전 4억 5000만 달러)를 넘는 북미 스포츠 신기록이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오타니는 지난겨울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의 자유계악선수(FA) 기록(9년 3억6000만 달러·4752억원)을 넘어섰고, 전 동료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의 4억2650만 달러(5630억원) 연장 계약도 뛰어넘었다"며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FC바르셀로나 시절인 2017년 맺었던 4년 6억7400만 달러(8897억원) 계약도 앞질렀다"고 소개했다.
오타니의 연 평균 수령액(7000만 달러·924억원)은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로 대거 향한 크리스티안 호날두(알 나스르)나 벤제마(알 이티하드·이상 연봉 2683억원) 등 유럽 축구 스타들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마홈스(5935만 달러)나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연봉자 스테판 커리(5191만 5615 달러) 등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 한 차원 위의 액수다.
전례 없는 계약 규모를 안긴 건 물론 다저스가 '오타니 효과'를 확신해서다. 일본의 국민적 스타인 오타니는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찾는 광고 모델이다. 올해 광고 수입만 4000만 달러(528억원)에 달한다. 효과는 다저스에서 더 극대화된다. 같은 LA 연고라고 해도 에인절스는 중심부에서 떨어진 애너하임에 있지만, 다저스는 LA를 비롯해 서부에서 가장 큰 팬덤을 자랑한다. 다저스는 올해 홈 경기 관중 383만 7079명(경기당 평균 4만7371명)을 기록, 압도적인 1위(2위 뉴욕 양키스 4만862명)에 올랐다. 2013년 이후 2020년(코로나로 인한 무관중 경기)을 제외하면 모두 평균 관중 수 1위였다. 올해 13위(경기당 평균 3만 2599명)였던 에인절스와는 격차가 크다.
이미 현지 매체들도 7억 달러의 '가성비'를 낙관한다. 한 MLB 관계자는 디애슬레틱을 통해 "6~7년이면 흑자가 될 것"이라며 "오타니는 말 그대로 돈을 찍어내는 공장이다. 광고만 봐도 그렇다. 일본 전역이 그를 바라본다. 그들에게 오타니는 마이클 조던이고,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다"고 치켜세웠다.
디 애슬레틱은 "에인절스는 오타니 관련 광고, 마케팅으로 연간 1000만~2000만 달러(132억~264억원)까지 수익을 올렸다. 한 MLB 고위 관계자는 관중 수 1위를 기록 중인 글로벌 브랜드 다저스라면 오타니를 통해 그 두 배 수익을 낼 거라 예상했다"고 전했다. 한 MLB 에이전트는 "이제껏 없었던 가장 위대한 선수를 얻는 거다. 7억 달러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MLB 스카우트 한 명은 "나라면 8억 달러(1조560억원)까지 베팅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저스는 이미 사업 준비도 착실히 해왔다. MLB 사무국이 올해부터 유니폼 광고 패치를 허용했으나 다저스는 1년 동안 이 자리를 비워뒀다. 라이벌 뉴욕 양키스의 경우 광고 패치로 연 2500만 달러(330억원)를 번다. 일본 기업들의 '오타니 소매' 쟁탈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는 또 지난달 글로벌 파트너십 수석 부사장으로 로렌조 시아리노를 임명했다. 시아리노는 NFL LA 램스의 홈구장 소파이 스타디움의 명명권 계약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핀테크 금융 플랫폼인 소파이로부터 기간 20년, 연 3000만 달러(396억원) 계약을 받아냈다. 2100~2500만 달러(277억~330억원)였던 종전 최고 기록을 넘어선 계약이다. 다저스는 오타니 영입으로 대형 마케팅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