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눈물의 승강 플레이오프(PO)였다. 이긴 팀도, 진 팀도 모두 울었다. 지난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승강 PO 2차전 직후다. K리그1 승격에 실패한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과 팬들은 모두가 눈물을 쏟았다. 승격이 좌절된 것에 대한 아쉬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이를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분함이 뒤섞였다.
눈물바다가 된 건 잔류에 성공한 수원FC도 마찬가지였다. 김도균 수원FC 감독도, 주장 이영재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았다. 기쁨의 눈물보다는 유독 힘들었던 한 시즌을 잘 버텨낸 것에 대한 회한이었다. 김 감독은 눈물의 의미를 “선수들과 구단 식구들, 팬들 모두 정말 힘들었을 거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영재 역시 “힘든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수원FC는 이번 시즌 내내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였다. 지난 4월 2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 연승이었고, 시즌 중반 이후엔 각각 8경기 연속, 9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득점은 지난 시즌 56골보다 12골이 줄었고, 실점은 63점에서 76점으로 늘었다. 시즌 내내 선수들의 부상 악재가 휘몰아쳤고, 박주호의 은퇴와 핵심 공격수 라스의 음주운전 퇴출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더해졌다. 시민구단 특성상 전력 보강이 쉽지 않은 가운데 선수단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져갔다.
승강 PO 1차전만 하더라도 수원FC에 강등 먹구름이 드리운 듯했다. 선제골 이후 역전패, 여기에 이승우의 퇴장 악재까지 더해진 탓이다. 2차전마저 골을 먼저 실점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잔류를 향한 수원FC의 총공세가 후반 빛을 발했다. 후반 중반 이후 연속골로 가까스로 균형을 맞춘 뒤, 연장전에서 3골을 더 넣었다. 1·2차전 합계 6-4 승리. 김도균 감독이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의 대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시즌 내내 부침을 겪다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것이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시즌을 돌아보며 펑펑 눈물을 쏟았던 김도균 감독도 이내 수원FC가 가야 할 길에 대한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극적인 1부 잔류와 동시에 수원FC에 던져진 과제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수원FC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쪽으로든 많은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면서 1부에도 계속 살아남아야 한다. 1부에서 계속 경쟁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4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의 진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