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패 탈출, 경기 후 KB손해보험 선수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주장 정민수 등 선수들의 눈가가 촉촉해진 가운데,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스페인)와 아시아쿼터 리우훙민(대만)의 눈물도 큰 울림을 줬다. 비예나는 KB손보 2년 차, 리우훙민은 한국 무대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팀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두 선수는 KB손보의 연패 탈출에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비예나는 지난 6일 OK금융그룹전에서 홀로 28점을 책임지며 팀의 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어진 10일 대한항공전에선 무려 43득점을 폭발하면서 팀의 시즌 첫 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과 공격득점(41득점), 공격성공률(68.33%) 기록을 세웠다.
공격에서 비예나가 빛났다면, 수비에선 리우훙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같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포지션인 홍상혁이 공격을 주도하는 반면, 리우훙민은 리시브와 수비에 집중하며 실점을 막아냈다. 연패를 끊어낸 경기(6일)에선 20개의 리시브를 성공했고, 10일 경기에서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3개의 리시브와 7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팀의 수비를 책임졌다.
경기 내내 코트를 종횡무진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실수로 자책하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는 것은 물론, 득점 순간엔 누구보다 더 크게 포효하며 팀 전체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KB손보의 유망주 홍상혁(25)은 10일 대한항공전에서 올 시즌 최다 득점인 14점을 올린 후 비예나와 리우훙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홍상혁은 “내가 실수가 많은 편이다. 그럴 때마다 비예나가 와서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도록 많은 얘기를 해준다. 약점이 보완되면 비예나가 ‘잘했다’라고 칭찬을 많이 해준다”라고 돌아봤다.
리우훙민의 한마디도 홍상혁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특성상 상대 공격을 리시브해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홍상혁은 수비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리우훙민이 “너(홍상혁)는 공격이 좋으니 공격에 집중해. 강한 서브가 오면 내가 더 받을게”라며 홍상혁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그렇다고 외국인 선수들에게 의존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예나 한 명으로는 어느 경기도 승리할 수 없다”라는 후인정 감독의 말에 따라, KB손보 선수들도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두 외국인 선수의 활약과 선영향 덕분에 KB손보 선수들은 자신감을 찾고 연승 가도를 달렸다. 이제 막 시즌 3승(12패)을 거둔 KB손보는 여전히 최하위(7위)에 머물러 있지만, 이번 연승으로 6위 현대캐피탈과 승점(13)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한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며 탈꼴찌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