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된 안세영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BWF 페이스북 중계 화면 캡처
'셔틀콕 여제' 안세영(21·삼성생명)이 시니어 무대 데뷔 처음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2023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다.
BWF는 1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2023 월드투어 파이널’ 갈라 디너에서 올해의 선수 시상식을 진행했다. 지난달 22일 여자 선수 후보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천위페이(중국)와 이름을 올린 안세영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후보에 오르고도 고배를 마신 그가 처음으로 그해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후보가 발표됐을 때부터 수상이 유력했다. 안세영은 올 시즌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총 14번 출전한 BWF 투어에서 13번 결승전에 올랐고, 10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포디움(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건 한 번뿐이었다. 전영오픈·세계선수권·항저우 아시안게임(AG)까지 가장 권위 있는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안세영은 2019년 12월,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다. 셔틀콕 천재, 방수연의 후계자로 기대받았다.
슬럼프도 있었다. 빠른 발과 순발력을 활용한 수비는 수준급이었지만, 공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8강전에서 천위페이에게 패하며 한계를 확인했다.
결승 진출 안세영, '엄지척!' (항저우=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6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의 허빙자오를 상대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10.6 pdj6635@yna.co.kr/2023-10-06 12:20:19/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당시 수 차례 넘어지고, 무릎이 코트에 쓸리고도 다시 일어서는 안세영의 모습은 스포츠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눈물을 흘리며 "쉬지 않고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더 열심히 해야 겠다"라고 말하던 투지도 그랬다.
안세영은 지난해 겨울 잠시 라켓을 놓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했다. 소속팀 삼성생명의 전문 트레이닝 센터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이 하는 근·체력 운동까지 병행했다. 그렇게 경기 체력뿐 아니라 강한 스매시까지 갖출 수 있었다. 올 시즌 두 번째 출전이었던 인도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지난 시즌까지 전적에서 크게 밀렸던 야마구치와 천위페이와의 대결에서도 거듭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사실상 예약한 '올해의 여자 선수' 수상이었다. 안세영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특유의 포효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당당하게 단상에 올라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 배드민턴은 겹경사를 맞았다. 바로 이어진 '올해의 남자 선수' 시상에서도 서승재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서승재는 남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남자복식·혼합복식)에 오르며 새 역사를 쓴 선수다. 남자단식 랭킹 1위 빅토르 악셀센(덴마크)의 수상이 유력해 보였지만, 복식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서승재가 더 인정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