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불명예스러운 원정 경기 연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원정 8연전을 앞두고 “대비책을 강구하겠다”라며 변화를 외친 은희석 삼성 감독의 비장한 전력투구로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이제 삼성의 다음 목표는 ‘최하위 탈출’이다.
삼성은 지난 12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99-94로 이겼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리그 4승(16패)째를 기록했다. 최하위인 10위를 유지했지만, 9위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격차는 0.5경기로 좁혀졌다.
마침내 원정 경기 연패에서 탈출했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고양 캐롯(현 소노)전부터 지난 8일 원주 DB전까지 원정 22연패라는 굴욕을 맛봤다. 시즌 전까지 이 부문 최다 기록은 ▶대구 동양 오리온(1998년 11월~1999년 3월) ▶서울 SK(2003년 1월~2003년 11월) ▶삼성(2021년 10월~2022년 2월)의 18경기였다. 그런데 삼성이 지난달 20일 SK에 지며 ‘19연패’라는 신기록을 썼다. 이후 3패를 더 추가했다.
은희석 삼성 감독은 “(할 수만 있다면) 트레이드, 선수 보강 등 타개책을 찾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8일 가드 홍경기(35)를 영입하며 외곽 자원을 강화했다. 반대급부로 포워드 박민우(24)가 SK 유니폼을 입었다.
KT전은 ‘트레이드 효과’가 발휘된 날이었다. 이날 2쿼터 시작과 함께 코트를 밟은 홍경기는 2분 20초 만에 동점 3점슛을 터뜨리더니, 직후 공격권에선 역전 2점까지 올리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KT가 재차 흐름을 가져오면서 홍경기의 임무는 길지 않았지만, 그동안 외곽 지원이 약했던 삼성 입장에선 단비 같은 존재감이었다. 후반에도 활발히 공격에 참여한 그는 3점슛 2개 포함 8득점을 더해 화력을 지원했다. 외곽 지원이 살아나자,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은 한층 여유롭게 골밑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코번은 이날 36득점 2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2블록을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했다. 홍경기는 삼성 데뷔전에서만 3점슛 3개 포함 13득점으로 이날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승장’ 은희석 감독은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은 감독은 경기 뒤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트레이드를 잘한 것 같다. 홍경기 선수를 원했던 이유는, 코번에 대한 집중 견제를 완화하기 위한 외곽 자원 강화였다. 본인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라고 칭찬했다.
급한 불을 끈 삼성이지만, 여전히 최하위 탈출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 당시 ‘봄 농구’를 외친 삼성 입장에선 반환점이 돌기 전인 3라운드에서 반전이 절실하다. 은희석 감독은 “KT전처럼 코번이 골밑을 잡아주고, 외곽에서 홍경기·이동엽·이정현 등 가드진이 활력소 역할을 해준다면, 경기력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