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31·수원FC 위민)이 올 한 해 여자축구 WK리그에서 가장 빛난 최고의 미드필더로 선정되고도 환하게 웃지 못했다. 최근 여자축구 대표팀의 연이은 부진 탓이다. 시상대에 오른 그는 “대표팀이 강해지려면 결국 WK리그가 강해져야 한다”며 선수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지소연은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2023 WK리그 시상식에서 올해의 미드필더상을 받은 뒤 시상대에 올라 “우선 수원FC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저는 올해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여자축구가 큰 대회를 많이 치렀는데,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올해 여자축구 대표팀은 올해 여자월드컵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올림픽 예선 등에서 잇따라 ‘실패’만 경험했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지소연 입장에선 특히 아쉬움이 크게 남은 해가 됐다. 올해를 정리하는 시상식에서 두 차례나 시상대에 오르고도 환하게 웃지 못한 이유였다.
지소연은 “결국엔 WK리그가 더 강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더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베스트 미드필더 상은 솔직히 받을 줄 몰랐다. 올해 저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올해 지소연은 이번 시즌 수원FC 위민의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끌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인천 현대제철을 넘지 못해 우승과는 끝내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8개 구단 감독·코치가 꼽은 W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자리를 2년 연속 굳게 지켰다.
여기에 리그 18경기에서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도움상까지 품으며 시상식 2관왕의 영예도 안았다. 지소연은 “현대제철과의 챔프 2차전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내년에는 많은 팀들이 더 견제하고, 현대제철이 왕좌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다 같이 힘 합쳐서 싸우자”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지소연의 팀 동료 공격수 문미라도 올해의 공격수상과 득점상(12골) 2관왕에 올랐다. 이어 올해의 수비수상은 김혜리, 올해의 골키퍼상은 김정미(이상 현대제철)가 품었다. 김정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리그 최고의 골키퍼 자리를 지켰다.
신인상은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화천 KSPO에 입단한 뒤 팀의 정규리그 2위 등극에 힘을 보탠 천가람이 차지했다. 감독상은 현대제철의 통합 11연패를 이끈 김은숙 감독, 올해의 심판상은 차민지 심판이 각각 수상했다.
WK리그 시상식은 지난해 처음 시작돼 올해 2회째를 맞이했다. 최우수선수상 없이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고, 올해는 미디어 투표 없이 감독·코치와 선수 투표로만 수상자들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