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왜군 책사 아리마 역을 맡은 배우 이규형이 외국어 연기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규형은 최근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어 연기를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김윤석)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규형이 맡은 아리마는 자신의 주군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빨리 조선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 이규형은 아리마의 절박함을 외국어 대사 속에 녹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일본어도 아니고 옛날 일본어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디테일하게 공부를 했다”면서 “전에 무대에서 짧게 일본어로 인사 정도 하는 연기는 해봤지만, 이렇게 오래 일본어로 연기를 한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규형은 자신의 주군 고니시 역의 이무생과 호흡을 할 땐 상대방의 대사까지 통째로 외워야했다. 서로 일본어로만 대화를 주고받는 설정이다 보니 상대방의 말이 언제 어느 타이밍에 끝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규형은 “이무생과 나 모두 거의 신 자체를 다 외우고 촬영에 임했다”면서 “상대방이 연기를 하고 있는데 언제 끝나는지 몰라 눈치게임을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자연스럽게 대사를 주고받기 위해 애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말로 연기를 할 때는 쓰여 있는 대사와 조금 다르게 말이 나와도 매끄럽게 문장을 완성할 수 있는데 외국어는 안 그렇지 않느냐”며 “누구 하나도 틀리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잘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고 모두 예민했다”고 털어놨다.
“왜군의 입장에선 절박한 상황이었을 거예요. 모든 걸 포기하더라도 본국에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절박한 와중에도 제정신을 가지고 있으려 하는 그런 인물로 아리마를 표현하고자 했죠.”
아리마는 영화에서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왜군 총사령관 시마즈(백윤식)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다. 이규형은 이 때를 떠올리며 “백윤식 선배가 정말 대단하고 느꼈다. 그 무거운 갑옷을 입고도 힘든 기색 없이 계시더라”며 “처음에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는데, 그때 선생님의 목소리만으로도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 이규형은 “이런 작품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다. 촬영장에 가는 게 너무 좋고 행복했다”면서 “‘서울의 봄’이 흥행하며 한국 영화에 길을 열어준 것 같다. 이런 좋은 분위기가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이어져서 극장이 사람들로 북적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