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2023시즌은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해였다. 하지만 기대감을 높인 해이기도 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창단 20년 만에 처음으로 3개 대회를 소화했다. ‘한 끗’이 부족했다. K리그1에서는 1차 목표였던 파이널 A(상위 6개 팀) 진출을 이뤘지만, ‘1골’이 모자라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고대하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우승을 목표로 달렸던 대한축구협회(FA)컵 여정도 4강에서 마무리했다. 예년보다 잘 싸웠지만, 주전급 자원의 부상 공백이 뼈아팠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나선 아시아 무대에서도 쓴잔을 들었다. ACL 조별리그 6경기에서 4승 2패라는 호성적을 거두고도 경쟁 팀보다 득실 차에서 ‘1골’이 모자라 토너먼트 진출이 무산됐다.
창단 20주년을 맞아 ‘최고의 시즌’을 꿈꾼 인천은 어느 것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확을 얻었다. 한해를 돌아보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표현이 딱 맞다.
애초 인천은 강등권을 전전하는 팀이었다. 늘 시즌 막바지에 가까스로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하며 ‘생존왕’이라는 달갑잖은 수식어가 붙었다. 이제는 과거가 됐다. 인천은 지난 2020년 8월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부터 서서히 변모했고, 지난해부터 두 시즌 연속 파이널 A에 안착하면서 더 이상 어느 팀도 쉽게 볼 수 없는 팀이 됐다. 2023시즌 리그에서 5월 초에 2연패를 당한 게 유일한 연패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시아 무대 경험도 값졌다. 비록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처음 나선 ACL에서 자신감을 채웠다. 지난 시즌 J1리그 챔피언인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필리핀 풋볼 리그 우승팀인 카야FC 일로일로를 상대로 각각 2승씩 거두면서 경쟁력을 입증한 게 가장 큰 호재다.
무엇보다 영건들의 등장이 2024년을 기대케 한다. 인천은 올 시즌 전 포지션에 걸쳐 부상 악령에 시달리면서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올해 말에는 절반 이상 2002~2004년생의 어린 선수들로 베스트11을 꾸려 결과를 낸 적도 적잖다.
지난 10월 광주FC전(2-0 승) 지난달 울산 HD전(3-1 승)이 대표적이다. 당시 인천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ACL도 신경 써야 했던 터라 로테이션이 불가피했다. 조성환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냈고, 기회를 잡은 이들은 결과로 보답했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프로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인 센터백 김건희(2002년생) 윙백 최우진과 미드필더 박진홍(이상 2004년생) 박현빈과 박승호(이상 2003년생) 등 영건들의 등장은 인천의 2024년 전망을 더욱 밝게 만드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