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가 13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기 임원은 경영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권한과 혜택만 챙기는 장점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중 신규 지정 집단 8개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2735개 계열회사(상장사 309개, 비상장사 2하426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분석은 총수 있는 64개 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분석 대상 회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6%(433개)였다. 총수 일가 등재 회사의 비율은 2018년 21.8%를 시작으로 2019년 17.8%, 2020년 16.4, 2021년 15.2%, 2022년 14.5%로 감소하다가 5년 만에 증가 전환됐다.
집단별로 보면 전체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88.9%)이었다. 9개 계열사 중 8개사에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반면 삼천리와 이랜드, 미래에셋, 태광, DL 등 5개 집단은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의 비율 상승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소유와 경영 분리 및 경영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 본인은 이사직을 평균 2.8개(총수 2·3세는 2.5개) 겸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비율이 87.4%로 매우 높았다.
총수 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도 136개 있었다. 집단별로는 중흥건설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유진(8개), 하이트진로(7개), DB(5개) 순이었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직위는 57.5%로 절반 이상이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등기 임원으로서 권한만 누리는 회사가 여전히 많다"며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작동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에 달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의 0.7%인 55건에 불과했고, 이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건은 0.2%인 16건에 그쳤다.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주주총회에서의 소수 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한 제도인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6.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