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옥타곤을 떠난 ‘코리안 좀비(KOREAN ZOMBIE)’ 정찬성이 미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가 자체 선정한 최고의 닉네임 2위에 올랐다.
출범 30주년을 맞은 UFC는 역사상 최고의 별명을 가진 30인을 선정했다. 정찬성 위에는 ‘엑스 머더러(Axe Murderer)’ 반달레이 실바(브라질)뿐이다. 한글로 직역하면 ‘도끼 살인마’다. 다소 거친 실바의 외모와 걸맞은 별명이라는 평가가 이전부터 숱했다. 실바가 엑스 킥(수그리고 있는 상대편의 목을 공격하는 기술)을 잘 구사하는 파이터라 더 그랬다.
토니 퍼거슨(미국)의 ‘엘 쿠쿠이(El Cucuy)’가 3위에 올랐다. 엘 쿠쿠이는 히스패닉 문화권의 귀신이다. 한국으로 치면 도깨비에 해당한다. 이 별명 역시 퍼거슨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존 존스(미국)의 본스(Bones)와 추성훈(일본)의 ‘섹시야마(Sexyama)’는 각각 6위와 8위다.
늘 최고의 별명을 가리는 순위에서 ‘코리안 좀비’와 ‘엑스 머더러’가 호각을 다툰다. 실제 파이터들의 전적 집계하는 탭폴로지는 ‘UFC 최고의 닉네임’ 부문에서 정찬성을 1위로 선정했다. 2위는 실바. 그만큼 정찬성의 별명이 대중, 미디어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비’라는 별명이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이유가 있다. 후진 기어 없는 정찬성의 파이팅 스타일 덕이다. 정찬성은 닉네임에 걸맞게 상대에게 맞아도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를 깨고 들어가는 등 ‘좀비’다운 면모를 보였다. 옥타곤 고별전이 된 맥스 할로웨이(미국)와 경기에서도 수세에 몰렸던 정찬성은 주먹을 휘두르며 과감하게 전진, 자신이 왜 좀비인지를 증명했다. 팬들이 그의 별명에 열광한 배경이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키다는 과거 “정찬성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전진했다. 피해를 입어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이 놀라운 능력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좀비에 비유됐다”며 별명의 기원을 조명하기도 했다.
실제 UFC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는 정찬성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대신 그는 코리안 좀비 혹은 좀비로 불린다. UFC 경기 자막에도 ‘정찬성’ 이름 석 자가 아닌 ‘코리안 좀비’가 들어갈 정도다. 별명이 있어도 이름을 부르는 게 보편적인 국내에서도 ‘좀비’ ‘코좀’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찬성도 본인의 별명을 잘 살렸다. 자기 얼굴과 좀비의 모습을 형상화해 캐릭터로 만들었고, 후드티셔츠 등 굿즈로 만들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현재 정찬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Korean zombie’ 프로필 사진도 좀비 캐릭터가 새겨져 있다.
과거 정찬성은 “내게는 (코리안 좀비가) MMA 최고의 별명이다.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치는 것이 내게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그런 격투 스타일을 좋아하고, 팬들을 최대한 즐겁게 해주고 싶다”고 자부했다. 그는 은퇴 후 현재도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