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넘어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까지 넘보는 삼성전자가 한차례 시련을 딛고 다시 도전에 나선다. '최초 AI(인공지능)폰'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으로 재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3일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들에게 초대장을 보내 한국 시간으로 오는 18일 오전 3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4'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플래그십 '갤럭시S24'(이하 갤S24)는 전작들이 카메라 화소와 그래픽 성능을 강조한 것과 달리 차별화한 AI 연산 능력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 '삼성 가우스'를 발표하며 챗GPT로 오픈AI가 휩쓸고 있는 생성형 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과정에서 '온디바이스 AI'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하드웨어가 알아서 실시간 문서 번역이나 이미지 제작 등 생성형 AI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달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북4' 시리즈는 인텔의 AI 특화 프로세서인 '코어 울트라'를 탑재했다. 삼성전자의 첫 AI 노트북으로 이름을 올리며 온디바이스 AI의 시작을 알렸다.
갤S24는 국가에 따라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 8 3세대'나 삼성 '엑시노스2400'을 병행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를 선도하는 4나노 미세 공정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던 삼성 엑시노스는 성능 저하 논란에 휩싸이며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다.
지난 2022년 출시한 '갤럭시S22'는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고사양 게임 등을 실행 중일 때 화질을 강제로 낮추는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가 내부적으로 작동한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다. 해당 모델에는 '엑시노스2200'이 들어갔다.
결국 이듬해 나온 '갤럭시S23'은 전량 퀄컴의 AP를 채택했다. 이 시기 삼성전자는 모바일 AP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두 자릿수를 향하던 점유율은 고꾸라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통계를 보면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2년 8%대에서 2023년 4~6%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5%로 5위에 만족해야 했다.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물량 공세를 펼친 대만 미디어텍이 33%로 1위를 차지했다. 퀄컴은 28%로 2위, 애플은 18%로 3위에 기록했다.
하드웨어가 좌우하는 온디바이스 AI의 특성상 엑시노스2400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해외 IT 매체 샘모바일은 "지난 몇년을 되돌아보면 조금 의심스럽다"며 "AMD의 RDNA 3 기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10개의 코어(연산장치)를 갖춘 엑시노스2400을 제대로 최적화하지 않으면 많은 전력을 소비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