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축구팬들을 떠들썩하게 한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 공동 사용 건이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4시즌 빅버드 사용을 원한다고 밝혔다.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과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전해졌다. 지난해 초 이재준 수원 시장은 수원FC의 빅버드 사용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수원 팬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는데, 다시 한번 이 안건이 다뤄진 것이다.
단순 절차상으로 수원FC의 빅버드 대관 ‘신청’에는 제약이 없다. 수원시 내 누구나 경기장 사용건에 대해 신청할 자유가 있다. 승인 여부는 관리재단의 주체인 경기도와 수원시의 몫이다.
남은 건 현실적인 과제다. 만약 수원FC의 대관이 승인될 경우, 당장 빅버드에 배치된 ▶광고 ▶수원의 홈구장임을 알리는 배너 ▶부착물 ▶오프라인 스토어 등이 수원FC의 경기 때마다 가려지거나 이동해야 되는 불편함이 생긴다. 이미 빅버드는 수년간 수원 삼성의 홈 구장임이 브랜딩된 상태다. 공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상황으로, 기본적으로 수원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수원 삼성 구단 관계자는 “일절 논의·협의도 없었다. 수원FC만의 주관적인 희망사항을 일방적으로 내비친 셈”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수원 삼성, 수원FC 팬들 역시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수원시에선 지난달 2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수원FC가 빅버드를 홈구장으로 함께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는 언론 보도는 수원FC 관계자의 주관의 의견이며, 수원시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관리재단 역시 마찬가지다. 재단 관계자는 “수원FC 측으로부터 대관과 관련한 신청이 오지 않았다. 신청이 오지 않았으니, 협의를 진행한 부분도 없다. 이것이 재단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수원FC가 어떻게든 대관 승인을 받는 가정이라면, 프로축구연맹 측에서도 수원FC의 빅버드 사용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한 예로 광고도 포기하고, 단순히 경기장 사용만을 위해 대관하는 등의 극단적인 가정하에 말이다.
수원FC가 대관 승인을 받았다면 다음 절차는 연맹을 통한 홈 경기장 변경 신청이다. 이 경우 연맹의 경기장 실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빅버드는 이미 검증된 축구 전용 구장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이미 결정권이 있는 수원시에서 선을 그은 만큼,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수원시 내의 축구팬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행위를 수원시나 경기도가 강행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수원FC 측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1월 중 2024년에도 수원종합운동장을 사용하겠다는 전제로 일정을 짰다. 연맹에도 2024년도 일정 확정을 위해 수원종합운동장 사용 불가 기간을 제출한 상태다.
수원FC 관계자는 “해당 보도가 나왔을 때 당황한 건 구단도 마찬가지”라면서 “시설만 놓고 보면 빅버드가 월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동 사용이란 건 재단, 수원과의 협의 단계가 필요하다. 그런 게 전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