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28·1m96㎝)은 최근 서울 SK 11연승의 수훈 선수 중 한 명이다. 높이와 3점 슛을 두루 갖춘 그는 상근 복무를 마치고 지난 2라운드부터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직 기복은 있지만, 김선형·오세근·허일영 등 베테랑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흔들리는 시기에 사실상 국내 1옵션 역할을 해주는 중이다.
지난 7일 정관장 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SK는 2쿼터 26득점을 몰아쳐 승기를 잡았는데 에이스 자밀 워니가 휴식한 3쿼터 추격을 허용(안영준 외 4인 9득점)했다. 그러나 안영준이 3쿼터 초반 특기인 캐치 앤 슛으로 외곽포를 꽂는 등 연이어 11점을 몰아쳐 팀의 리드를 지켜냈다.
경기 후 안영준은 "(전반에는) 공격 쪽에서 잘 풀리지 않아 후반 들어 적극적으로 하고자 했다"며 "팀이 연승하고 있으니 무리는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고, 팀이 3쿼터에 계속 안 좋았으니 그 부분을 신경 썼다. 그래서 최근 2~3경기 결과를 좋게 가져가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안영준은 지난 2017년 SK에 입단해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입단 당시 수석 코치였던 전희철 감독과도 그만큼 오래됐다. 평소 코트 밖에서 격의 없이 선수들을 대하는 전 감독인 만큼, 안영준 역시 주저하지 않고 인터뷰에서 속마음을 드러냈다.
안영준은 "오늘 경기에서 수비를 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비는 안 하냐고 혼내시더라. 사실 그래서 경기 중에 나 혼자 삐쳐 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실수하면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혼내시는데, 그러면 눈치가 보여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게 더 힘들다"며 "선수들이 방심할까 그러시는 것 같다. 그래도 기가 죽으니, 안 될수록 더 칭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안영준은 현재 서울 SK 전술의 핵심 중 하나다. 시즌 전 득점 핵심이었던 김선형과 오세근이 부진하자 SK는 수비 중심으로 전술을 바꿨다. 득점을 골 밑에서는 워니가 해주고, 외곽에서 국내 선수들이 3점슛으로 도와야 한다. 본래 허일영과 안영준이 이 역할을 나눠야 했는데, 허일영이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상대 외곽 수비가 몰리니 안영준이 넣는 것도 쉽지 않다.
안영준은 "확실히 최근 상대 수비가 강해 슛 찬스가 많지 않았다. 원래 캐치 앤 슛을 시도하는데, 그게 어려워져 드리블하다 보니 슛 밸런스가 깨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전 감독에 대한 투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나를 위한 슛 패턴을 만들어 주셔야 하는데, 잘 안 만들어 주신다. 만들어 주셔도 잘 안 통하더라"고 사령탑에게 지도를 청했다.
SK는 9일 창원 LG전에서 12연승에 도전한다. 2021~22시즌 15연승(팀 최다 기록)을 함께 했던 안영준이지만, 기록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도 연승을 의식한다. 다음 경기 상대가 누구인지 보면서 몇 연승까지는 가능성이 있겠다고 이야기한다"면서도 "15연승까지는 좀 어렵지 않을까"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