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19-25, 25-22, 25-21, 40-42, 15-11)로 승리했다.
아포짓 스파이커인 무라드 칸이 맹활약했다. 그는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인 52점(블로킹 2개, 서브득점 2개 포함)을 몰아쳤다. V리그 데뷔 후 개인 최고 득점 기록(종전 27점)도 경신했다. 공격성공률은 72.23%에 달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전 4경기에서 전승을 이어간 대한항공은 13승 10패(승점 40)를 기록,삼성화재(14승 8패·승점 38)를 제치고 리그 2위로 올라섰다. 1위 우리카드(15승 7패·승점 42)와 승점 차가 단 2점으로 좁혀졌다. 반면 현대캐피탈(9승 14패·승점 32)은 아흐메드 이크바이리와 허수봉이 공격을 이끌었지만, 5세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패하며 5연승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대한항공전 8연패(챔프전 포함)를 끊는 것도 실패했다.
이날 경기는 정규리그 최장시간 신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165분·우리카드 3-2 승리)를 넘어섰다. 포스트시즌 포함 기록은 2022~23시즌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챔피언결정 3차전(177분)이다.
초반 기세는 연승을 달리던 현대캐피탈이 잡았다. 아흐메드의 공격, 허수봉의 블로킹이 터져 연속 득점으로 시작했다. 최근 연승의 주역인 현대캐피탈의 블로킹이 통했다. 유효블로킹이 연달아 나왔다. 차영석과 김명관의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8-4로 리드를 잡았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4-9로 뒤지는 상황에서 임동혁 대신 무라드를 투입했다. 하지만 무라드 카드가 1세트에는 통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집요한 짧은 서브 공략으로 13-6까지 달아났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초반부터 작전시간을 두 번 다 썼으나 분위기를 뒤집지 못하고 1세트를 그대로 내줬다.
2세트부터는 무라드 카드가 통했다. 대한항공은 무라드의 공격, 상대 범실, 조재영의 블로킹을 엮어 4-0으로 초반 리드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이 추격했지만, 고비마다 무라드를 넘지 못했다. 무라드는 오픈 공격을 성공시켜 대한항공의 리드를 지켜냈다. 무라드는 시즌 첫 서브 에이스까지 기록했고, 대한항공은 유효블로킹과 예리한 리시브로 19-14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강력한 서브로 막판 추격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무라드의 오픈 공격으로 다시 흐름을 가져왔고, 베테랑 한선수의 두 차례 속공 성공으로 2세트를 가져왔다.
3세트도 대한항공이 가져갔다. 무라드가 2세트 흐름 그대로 강타를 연이어 터뜨렸다. 정지석도 연속 서브득점을 넣어 10-4로 리드를 가져갔다. 수비 집중력까지 더해져 무난히 세트를 따냈다.
4세트가 문제였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의 공격력이 살아났고, 아흐메드의 서브를 더해대한항공에 맞섰다. 위기에 몰릴 때도 있었으나 전광인이 무라드의 공격을 막아냈고,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서브 에이스로 재역전을 이뤘다.
역전에 재역전은 계속됐다. 현대캐피탈이 허수봉의 블로킹으로 대한항공의 매치포인트를 저지하자 무라드가 듀스를 만들었고, 이후 계속해서 랠리가 이어졌다. 결국 42-40까지 간 승부 끝에 현대캐피탈이 4세트 승리, 5세트 승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 4세트에서 두 팀이 만든 82점은 프로배구 역대 세트 최다득점 2위 기록으로 남게 됐다. 역대 1위 기록은 2013~14시즌 대한항공과 러시앤캐시(현 OK금융그룹)전에서 나온 56-54점이었다.
4세트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은 탓일까. 5세트에 들어선 양 팀 선수들은 서브 범실을 남발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마지막 집중력에서 대한항공이 앞섰다. 2세트부터 활약한 무라드의 맹공도 힘을 보탰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아흐메드의 오픈 공격을 막아내며 11-8로 기세를 가져왔고, 김규민의 속공으로 매치 포인트에 빠르게 도달했다. 대한항공은 아흐메드의 서브 범실로 이날 경기 최후의 승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