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한국에 ‘비상’ 신호가 감지됐다. 대회 전부터 약점으로 꼽힌 측면 수비수들이, 부상과 경고라는 암초를 만났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한국의 지휘봉을 잡은 뒤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매번 유사한 명단을 꾸렸다. 특히 약점으로 꼽힌 측면 수비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클린스만호의 측면 수비수는 왼쪽 이기제(32·수원) 김진수(31·전북), 오른쪽 설영우(24·울산) 김태환(34·전북)으로 구성됐다. 안현범(전북) 강상우(베이징 궈안) 김문환(알두하일) 등이 발탁됐지만, 결국 대표팀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측면 수비수를 향한 우려가 이어진 이유는 이들의 몸 상태 때문이다. 지난 시즌 울산 HD의 우승을 함께한 설영우와 김태환은 사정이 낫지만, 이기제와 김진수는 소속팀에서 부진과 부상으로 경기력이 하락했다.
김진수는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앞두고 왼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이탈했다. 조별리그 경기를 모두 결장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표팀의 왼쪽 수비수는 이기제만 남았다.
이기제는 지난 6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킥력을 뽐내며 1-0 승리에 힘을 보탰지만, 본 경기인 바레인전에서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는 전반 28분 만에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려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후반에는 시작과 함께 비슷한 파울을 범해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할 뻔했다. 전반 내내 카드를 꺼낸 마 닝(중국) 심판이 이번에는 관대하게 넘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옐로카드를 받은 터라 적극적인 수비가 어려웠고, 이는 바레인의 동점 골로 이어졌다. 세컨볼이 굴절돼 상대 공격수에게 향하는 불운이 있었지만, 한국 수비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몸을 던지기 어려웠다. 직후 이기제는 김태환과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퇴장을 방지하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만약 이기제가 오는 20일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옐로카드를 받는다면, 3차전에서 뛸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에서 옐로카드는 4강에 오른 뒤에야 소멸한다. 한편 한국은 이강인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3-1로 이겼다.
시선은 클린스만 감독의 향후 선수 운용으로 향한다. 부임 후 23~25인으로만 명단을 꾸린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이번 대회에는 26인까지 등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측면 수비 보강 대신 양현준(셀틱) 박진섭(전북) 김지수(브렌트퍼드)를 택했다. 박진섭 역시 수비수로 활약할 수 있지만, 김지수와 마찬가지로 위치는 중앙이다. 충분히 백업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기존 4명의 측면 수비진을 고집했다.
차선책으로는 바레인전 후반과 같이 설영우와 김태환이 동시에 선발 출전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설영우의 부담이 커진다. 마땅한 교체 자원이 없는 것도 문제다. 김진수가 건강히 돌아오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그 사이 추가적인 부상이 나온다면 토너먼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시안컵은 조별리그까진 닷새 간격, 토너먼트부턴 사흘 간격으로 열린다. 현명한 로테이션이 필요한 배경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향후 어떤 기용을 펼칠지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