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자책골 덕에 ‘도하 참사’ 피했을 뿐…한국, 요르단과 2-2 '굴욕 무승부' [아시안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요르단과 진땀 무승부를 거뒀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고도 내리 두 골을 실점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가,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 덕분에 가까스로 참사만 면했다. 상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7위. 우승을 목표로 외친 한국축구 자존심에도 잔뜩 상처가 난 경기였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요르단과 2-2로 비겼다. FIF 랭킹은 한국이 23위, 요르단은 87위다.
앞서 바레인을 3-1로 완파했던 한국은 요르단전 승리를 통해 16강 조기 확정을 노렸다. 이어 열리는 바레인과 말레이시아전 결과에 따라 조 1위까지 조기에 확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무승부 탓에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오는 25일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전에 대한 부담만 더 커지게 됐다. 중간 순위는 요르단과 한국이 나란히 승점 4(1승 1무) 동률이지만 득실차에 갈려 요르단이 1위, 한국이 2위다.
페널티킥을 통한 이른 선제골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순조로운 결과가 예상됐다. 전날 이라크에 충격패를 당한 일본과는 다른 흐름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선제골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한국은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채 오히려 아쉬운 경기력에 그쳤다. 결과는 결국 동점골, 나아가 역전골 실점으로까지 이어졌다.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 덕분에 가까스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진땀 끝에 패배를 면했을 뿐 끝내 역전골까지는 만들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하면 한국 입장에선 굴욕적인 결과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바레인전과 사실상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 십자인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김승규(알샤밥) 대신 조현우(울산 HD)를 투입한 게 유일한 변화였다. 최전방엔 손흥민(토트넘)과 조규성(미트윌란)이 포진했고, 이재성(마인츠05)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좌우 측면에 서는 4-4-2 형태였다.
중원에선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과 박용우(알아인)가 호흡을 맞췄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기제(수원 삼성)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가 섰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이 주도권을 쥐었다. 전반 3분 만에 이강인의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요르단의 경기 운영은 명확했다. 경기 초반부터 거칠게 한국 선수들을 압박했다. 결국 전반 초반 한국에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이 황인범의 침투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상대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페널티킥으로 선언됐다. 주심은 오랫동안 온 필드 리뷰를 거친 뒤에야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는 주장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은 한쪽 방향을 선택하지 않고 가운데로 살짝 띄워 차는 이른바 파넨카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전반 9분 만에 성공시킨 선제골에 경기 분위기도 빠르게 한국으로 기우는 듯 보였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빠진 골키퍼 김승규의 유니폼을 들어 보이는 골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국은 빠르게 추가골을 노렸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좀처럼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편으로 절묘한 패스를 내줬고, 이재성이 문전으로 내준 패스를 손흥민이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이 가장 아쉬웠다. 손흥민의 슈팅은 그러나 골문을 외면했다.
전반 중반 이후 요르단의 반격이 펼쳐졌다. 전반 21분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의 첫 슈팅이 한국 골문을 노렸다. 그러나 몸을 날린 조현우의 세이브에 막혔다. 전반 29분 마흐무드 알마드리드의 날카로운 프리킥도 조현우가 가까스로 쳐냈다. 8분 새 요르단의 슈팅이 4차례나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분위기가 급격하게 요르단으로 넘어갔다. 요르단은 집요하게 한국의 왼쪽 측면 수비를 공략했다. 요르단의 기세에 밀린 한국은 좀처럼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전반 37분 동점골을 실점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공격을 막으려던 박용우의 헤더가 자책골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한국은 좀처럼 흐름을 바꾸지 못한 채 끌려갔다. 오히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인 요르단의 공세만 이어졌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 역전골 실점으로 이어졌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요르단의 공격이 시작이었다. 이후 알타마리의 첫 슈팅이 수비에 맞고 흐른 공을 야잔 알나이마트가 마무리했다. 뼈아픈 역전골 실점이었다.
한국도 곧바로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추가시간 이기제가 아크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골키퍼가 쳐낸 공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조규성이 재차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슈팅은 골대 위를 크게 벗어났다. 결국 한국은 전반을 1-2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한국은 전반 점유율에서 53%로 근소하게 앞섰고, 슈팅 수에선 8-8로 맞섰다. 유효 슈팅은 오히려 요르단이 3-2로 앞섰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두 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이기제 대신 김태환(전북 현대)을, 박용우 대신 홍현석(KAA 헨트)을 각각 투입했다. 전반전 부진했던 이들을 모두 빼면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이기제가 빠진 자리엔 설영우가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태환이 대신 오른쪽 측면에 포진했다.
궁지에 몰린 한국이 후반 더욱 공세를 펼쳤다. 후반 9분 황인범의 중거리 슈팅을 시작으로 동점골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역전을 통해 분위기를 바꾼 요르단의 수비 집중력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손흥민의 문전 침투를 앞세워 한국이 거세게 공세를 이어갔지만, 슈팅은 번번이 두터운 수비벽에 막히거나 골문을 외면했다.
한국은 전반과 달리 볼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공격은 좀처럼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문전을 향한 크로스는 번번이 상대 수비수에 먼저 막혔고, 슈팅 시도마저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24분 조규성과 이재성을 빼고 오현규(셀틱)와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