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한 관계자로부터 나온 제보다. 태국 후아힌에서 만난 페신에게 이 제보에 대해 묻자, 그는 “라마스는 ‘꼰대’이며, 로페즈는 ‘돌아이’다”라고 답하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올 시즌 K리그1 승격을 노리는 부산은 역대급 브라질 트리오를 구축했다. 바로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자신들을 좌절시킨 공격수 로페즈를 품은 것이다. 로페즈는 K리그에서만 7시즌을 맞이하는 베테랑 공격수. 과거의 폭발력은 부상 탓에 줄었지만, 특유의 골감각은 여전하다는 평이다. 부산은 로페즈-페신-라마스로 이어지는 ‘로페스’ 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브라질 출신인 이들은 일찌감치 뛰어난 케미스트리를 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월 태국 후아힌 전지훈련 중 취재진과 만난 이들은 인터뷰 내내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편 부산 관계자는 인터뷰 전 취재진에게 “페신이 라마스, 로페즈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페신에게 묻자,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형’들을 고자질했다.
형들의 반응은 더욱 극적이다. 로페즈는 “동생이니 애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고, 라마스는 “타이밍이 좋지 않아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먼저 시비를 건 건 페신”이라고 답해 장난섞인 폭로전을 이어갔다. 이에 페신은 “사실은 내가 먼저 형들을 도발하기도 했다”라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미 라마스와 페신은 좋은 관계를 구축했는데, 로페즈까지 가세해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는 후문이다. 페신은 로페즈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어 경기장 안팎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로페즈는 페신에 대해 “너무 잘하고 있지만, 더 열심히 훈련을 해야한다”라고 조언해 주기도 했다.
한편 페신은 형들에게 어떤 별명으로 불리고 있을까. 이에 로페즈는 브라질의 한 코미디언 사진을 보여주며 취채진에게 ‘닮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페신의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은 덤이다. 반대 상황을 묻자, 페신은 “동생은 형들을 별명으로 부를 수 없다”면서도, “라마스는 ‘꼰대’이며, 로페즈는 ‘돌아이’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형들 사이에 낀 페신은 바쁘다. 같은 숙소를 사용하며 많은 심부름을 도맡고 있다. 페신은 “형들이 과일 먹고 싶다고 하면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데 라마스도 같이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할 때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제일 하기 싫은 심부름이 무엇인지’라고 묻자, 그는 “라마스가 너무 많이 시켜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한편 취재진이 지난달 승강 PO에서 로페즈와 마주했던 경기에 대해 묻자, 라마스는 “경기 전에는 가벼운 인생 이야기를 하고, 격려하는 정도였는데 솔직히 경기가 끝난 뒤엔 죽이고 싶었다. 로페즈가 오자마자 그에게 ‘20골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의 옆에서 주먹을 들이대는 페신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에 로페즈는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님이 도와주신다면 가능할 것이다. 꼭 우승하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부산의 브라질 트리오는 모두 K리그에서 적응기 우려 없이 자리를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공격력 강화’를 외친 부산이 이들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배경이다. 인터뷰 내내 웃음기를 띄운 이들도 2024시즌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진지한 자세로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먼저 라마스는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부산에 있으면서 행복하고, 동기부여도 배웠다. 지난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로페즈 역시 “젊은 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이들과 함께 1부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끝으로 ‘막내’ 페신은 “로페즈가 정말 미웠지만, 이제는 함께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형’ 로페즈는 태국의 날씨에 고통받고 있는 모양새다. 후아힌은 낮에는 최고 온도 33도까지 올라가 더운 편이다. 해가 지면 바람이 불어 금방 서늘해 지지만, 오전 훈련과 오후 훈련 초반에는 더위에 힘들 수밖에 없다. 로페즈는 “왜 한국의 날씨를 가져오지 않았나?”면서 ‘훈련이 끝나는 시간까지 인터뷰하면 안되겠냐’며 가벼운 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