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청주 KB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에이스 박지수(26·1m96㎝)의 존재감이 크지만, 그것뿐만은 아니다. 베테랑 염윤아(37·1m77㎝)의 기여도 역시 크다.
KB는 지난 22일 용인 삼성생명과 홈 경기에서 67-57로 승리했다. 일등공신은 단연 박지수다. 박지수는 이날 20점 6리바운드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박지수 원맨 팀'이었다면 쉽게 이길 수 없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은 박지수로부터 파생된 기회를 베테랑 염윤아가 잡았다. 그는 이날 13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이날 박지수의 어시스트가 9개에 달했는데, 상당수가 염윤아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염윤아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지수를 통해 (패스를) 많이 받아먹고자 했다. 지수에게 항상 그 내용을 얘기했고, (수비를 박지수에게) 더 붙게 한 상황에서 공을 달라고 부탁했다. 오늘은 지수에게 지시한 게 잘 통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염윤아는 베테랑답게 수비에서도 제 몫을 했다. 이날 스틸이 4개에 달했다. 삼성생명은 1순위 지명 출신 이해란이 염윤아를 상대했다. 그러나 노련함은 물론 파워에서도 염윤아가 이겼다.
염윤아는 오랫동안 헌신적인 수비로 KB를 지켜왔다. 올 시즌에는 포워드 김예진이 합류했다. 염윤아와 마찬가지로 궂은일과 수비에 일가견이 있다. 사실상 경쟁자이자 후계자인데, 염윤아의 비중이 여전히 더 크다. 김예진이 손가락 골절을 회복하고 돌아오느라 12경기 평균 19분 30초를 뛰는 동안 염윤아는 16경기 평균 24분 18초를 소화 중이다.
염윤아는 22일 경기에 대해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막았다"고 돌아보면서 "예진이는 아직 몸(체력)이 좋아 피지컬로 하는 수비를 한다. 난 나이를 먹었다 보니 상대의 공격 길목을 잘 읽으면서 해야 한다. (내 스타일로) 상대를 압박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KB와 우리은행의 순위 싸움은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시즌 3패를 모두 KB에 당했고, KB(2패)도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1패(삼성생명)가 전부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KB는 염윤아를 비롯한 선수단의 활약이 반갑다. 일단 주축 선수들이 건재하다. 박지수(1위) 허예은(7위) 강이슬(10위)이 올 시즌도 공헌도 순위에서 리그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올 시즌 5년 차인 이채은·이윤미 등 젊은 선수들이 부쩍 성장했다. 베테랑 염윤아도 여전히 제 몫을 한다. 부상에서 김예진과 김민정도 돌아왔다. 두꺼워진 선수층이 갖춰진 덕분에 KB는 마지막까지 전력으로 우승을 향해 달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