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시떼룻!”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에서 실감 나는 오타쿠 연기로 은퇴설까지 생겼던 안재홍. 이번엔 섹스리스 사무엘로 돌아왔다. 분명 19금 장르인데 ‘야하다’는 생각보다는 ‘친숙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티빙 오리지널 ‘LTNS’ 속 안재홍의 이야기다.
‘LTNS’는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불륜 추적 활극이다. 제목 ‘LTNS’는 ‘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의 이니셜이다.
1회부터 안재홍의 등장은 강렬하다. 분홍색 셔츠에 회색 아우터와 시원하게 드러낸 이마는 그가 회사원이라는 걸 짐작케 한다. 그것도 잠시, 밖에서 이솜과 격렬한 키스신이 이어진다. 바지도 훌러덩 벗어버린다. 집으로 들어온 이들은 더욱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마치 남의 집 거실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안재홍은 ‘마스크걸’ 이후 복귀작으로 ‘LTNS’를 선택했다. ‘마스크걸’에서 보여준 오타쿠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 터라, 그가 섹스리스 부부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우선 안재홍은 체중감량부터 했다. ‘마스크걸’에서 통통한 체형을 보여줬던 그는 ‘LTNS’에서는 보다 다부진 체격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의욕을 잃은 눈빛과 힘없는 말투까지 드라마 초반 안재홍에서 ‘마스크걸’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다.
‘LTNS’는 꽤 현실적인 드라마다. 뜨거웠던 연애 기간을 지나 7년후 부부가 된 우진과 사무엘은 서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욕구불만을 각자 해결(?)한다. 또 사무엘은 집에서 우진 눈치에 잠도 잘 못 자지만 혼자뿐인 택시에서만큼은 두 발 뻗고 꿀잠을 자는 모습을 보여줘 기혼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안재홍은 유부남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기혼자인 ‘LTNS’ 전고운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솜과 보여주는 강렬한 스킨십 역시 한 편의 ‘전투’를 보는 것 같다. 안재홍과 이솜은 같은 소속사 식구인 데다 영화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 이어 이번이 무려 3번째 연기 호흡이다. 안재홍은 제작발표회에서 “이솜과의 애정신은 액션신 같았다. 카메라와의 호흡이 중요했다”며 “작전에 나가는 군인처럼 신속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느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솜과 절친한 사이인 만큼 현장에서는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대본에만 충실했다.
‘LTNS’는 전반적으로 섹스리스 부부에 대한 고충을 다루지만, 이를 마냥 무겁게만 풀어내지는 않는다. 여기에 불륜 추적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색다름을 안긴다. 극중 호텔리어인 우진은 직원 신분으로 불륜 고객 정보를 캐낸다. 직장을 그만두고 택시를 몰고 있는 사무엘은 우진의 정보에 따라 불륜 고객을 추적한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이 수법으로 막대한 돈을 번다. 2화부터 드라마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바뀌게 되는데, 안재홍의 점점 유쾌해지는 표정도 관전 요소다. 특히 자신의 침수됐던 택시 차량을 고급 외제 차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우진. 이거 그렌저야~”하고 너스레를 떠는 장면은 유튜브 등에서 회자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안재홍이 ‘마스크걸’에서 성적인 부분을 음습하게 풀어냈다면 ‘LTNS’에서는 본인의 주특기인 코믹으로 잘 풀어냈다”며 “드라마가 블랙코미디 장르를 띄고 있는데 여기에 안재홍 특유의 유쾌한 연기가 적재적소에 잘 녹아들어 재미를 더한다”고 평가했다.
안재홍의 솔직한 연기는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면서 시작한다. 영화 ‘리바운드’에서는 농구부 신임 코치 강양현 역을 연기했는데, 실존 인물인 강 코치와 높은 싱크로율을 구현하기 위해 10kg가량을 증량했다. 또 그의 대표작인 ‘응답하라 1988’에서는 먹는 걸 가장 좋아하는 ‘정봉이’로 큰 사랑을 받았다. 터질 듯한 뱃살에 순수한 성격이 특징인 캐릭터였다.
생활 밀착형 연기에도 강하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6년째 연애만 하는 현실 남친 김주만을, ‘멜로가 체질’에서는 능청스러운 스타 감독을 연기했다. 주변에서 한 번씩은 볼 법한 캐릭터를 ‘안재홍화’시키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LTNS’에서는 성적 욕구를 잃어버린 현실 남편까지.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캐릭터도 안재홍이기에 특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