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유럽파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고영준(23).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세르비아 명문 FK 파르티잔에 입단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내디딘 '첫걸음'이다.
파르티잔 구단은 지난 23일 고영준과 3년 6개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파르티잔은 황인범의 소속팀 FK 츠르베나 즈베즈다(34회)에 이어 세르비아 리그 최다 우승 2위(27회)에 올라 있는 명문 팀이다. 올 시즌에도 선두에 올라 7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하고 있다. 우승을 위한 전력 보강 과정에서 고영준을 품었다.
유럽 진출에 대한 고영준의 강한 의지와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금메달을 통한 병역 특례, 그리고 포항 구단의 응원 등이 더해진 결과다. 늘 해외 진출을 꿈꿨던 고영준은 항저우 AG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며 군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 K리그와 대표팀에서 보여준 재능 덕분에 유럽의 관심이 이어졌다. 고영준의 선택은 파르티잔이었다.
이른바 '성골 유스' 출신인 데다 팀의 핵심 자원이지만, 포항 구단은 흔쾌히 그의 도전을 도왔다. 고영준은 포항제철동초와 포항제철중, 포항제철고를 모두 거쳐 2020년 포항에서 데뷔한 공격형 미드필더다. 4시즌 동안 포항에서만 뛰며 K리그1 105경기에 출전해 19골·8도움의 기록을 남겼고, 특히 지난 시즌 리그 8골로 커리어하이도 달성했다. 그럼에도 포항은 에이스로 활약했던 고영준의 꿈을 존중하고 이적의 길을 열어줬다.
물론 고영준이 향한 세르비아 리그는 사실상 유럽 변방리그다.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에서도 19위에 처져 있다. 그러나 고영준은 자신의 꿈인 유럽 5대 리그 직행의 기회를 기다리는 대신 유럽으로 향하는 첫걸음 자체에 의미를 뒀다. 그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최종 목표는 5대 리그 정도까지 도전하는 것이다. 바로 가도 좋겠지만, 증명하고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스스로 인정받고 차근차근 높은 곳으로 향하겠다는 의지다.
고영준뿐만 아니라 요즘엔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청춘들이 많다. 리그 규모나 팀 이름에 연연하기보다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얻으며 자신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이적을 택하는 추세다. 고영준과 함께 AG 금메달 멤버인 백승호 역시 잉글랜드 2부 버밍엄 시티 이적을 앞두고 있다. 앞서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이 독일 분데스리가 등 빅리그 대신 덴마크로 향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홍현석(KAA 헨트)이나 오현규·양현준(이상 셀틱) 등도 각각 벨기에와 스코틀랜드 무대에서 빅리그 입성의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팬들의 시선 역시 달라졌다. 빅리그가 아닌 변방으로 이적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도전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고영준을 보낸 포항 구단은 "당장의 이별은 아쉽지만, 도전하는 청춘을 기쁜 마음으로 보낸다. 찬찬히 목표하는 곳을 향해 도약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도전'을 택하는 청춘들을 향한 팬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