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9)는 지난 9일부터 제주도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원래 나는 비활동기간 최대한 야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공식 훈련(스프링캠프)를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신체 컨디셔닝과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는 편"이고 했다.
그런 박찬호가 겨울 일정을 3주 정도 앞당겼다. 그는 2023 정규시즌 막판, 왼 손목 골절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 쉬었다. 박찬호는 "아무래도 처음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생겼다. 배트를 잡아야 할 것 같았다"라고 했다.
마침 팀 선배 김선빈(35)이 자신의 처가가 있는 제주도에서 함께 훈련하자고 제안했다. 두 선수는 후배 최원준·박정우와 함께 '미니 캠프'를 차렸다. 지난 5일 KIA와 3년 30억원에 재계약한 김선빈은 바로 팀 후배들을 챙겨 2024시즌 대비에 나섰다.
박찬호와 김선빈은 2020년부터 키스톤 콤비(유격수와 2루수)를 이뤘다. 주전 2루수였던 안치홍(현재 한화 이글스)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며 생긴 자리를 유격수였던 김선빈이 맡게 됐고, 3루수였던 박찬호가 김선빈의 후계자로 유격수를 맡았다.
박찬호는 "솔직히 선빈이 형 없는 2루를 상상해 보지 않았다. FA 협상이 늦어지면서 '혹시 떠날 수도 있는 건가'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는데 (재계약해서) 다행"이라며 "선빈이 형이 남아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젊은 선수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만한 2루수가 없지 않나. KIA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박찬호는 2023시즌 한 단계 도약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0.301)을 기록했고, 출루율(0.378)도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오지환(LG 트윈스)과 함께 지난해 신설된 수비상(유격수 부문)도 받았다.
박찬호는 "솔직히 손목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에 3할을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친 것 같다. 그래서 지난해 타율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 가지 수확으로 꼽은 건 타석에서의 노림수가 좋아진 점이다. 그는 "투수는 내게 안타를 맞더라도 단타가 될 거라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편이었다. 그게 스트레스이기도 했는데, 2023년에는 그런 투수의 노림수에 잘 대처한 것 같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2024년 목표를 묻는 말에는 "매년 뻔하지만, 매년 간절하다. 팀이 우승하는 것이다"라며 "개인 기록은 구체적으로 정해 놓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