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부진한 경기력에 그치자 외신도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많은 실점을 허용한 수비가 불안요소라는 지적인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7일 2023 AFC 아시안컵 16강전을 프리뷰하면서 “한국은 납득하기 어려운 경기력으로 조별리그 E조 2위에 만족해야 했다”면서 “일본과의 16강 맞대결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맞대결 역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지난 조별리그에서 바레인(86위)을 3-1로 제압했지만 이후 요르단(87위)과 2-2, 말레이시아(130위)와 3-3으로 비기는 데 그쳤다. 특히 최종전 말레이시아전에선 이미 탈락까지 확정된 조 최약체에 무려 3실점이나 내주며 수비가 무너진 끝에 승점 1을 얻는 데 그쳤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사실상 핵심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키고도 비긴 결과라 사실상 굴욕적인 결과였다.
이처럼 한국이 보여준 경기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외신의 반응이 나오는 것 역시 이번 대회에 나선 클린스만호 경기력은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대회 전부터 한국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것 역시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 빅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었는데, 정작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전술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SPN은 “그나마 한국의 공격은 상대를 위협하고 있지만, 수비는 의심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줬다”며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6골을 실점했다. 이는 조별리그 전체 팀들 가운데 공동 3위에 해당하는 최다 실점 기록”이라고 꼬집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8골을 넣은 화력은 그나마 낫지만, 6골이나 실점한 수비력이 불안요소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클린스만호는 앞선 조별리그에서 단 1경기도 무실점 경기를 치르지 못한 채 매 경기 실점을 허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지난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공격력이 썩 날카롭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조별리그 F조에서 오만과 키르기스스탄에 각각 2골씩 넣었고, 태국과 최종전에선 무득점에 그쳤다. ESPN은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조별리그에서 2승 1무의 성적을 거두는 동안 단 4골 만을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조별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으나, 그래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진 전력을 고려하면 토너먼트에서 언제든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더했다. 이번 16강전 최고의 빅매치로 꼽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 역시 8강 진출 확률을 한국이 51.8%, 사우디아라비아는 48.2%로 사실상 박빙 승부를 예고했다. 바레인과 만나는 일본의 8강 확률이 76.4%, 한국-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팀과 8강에서 맞붙게 될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각각 80.7%와 19.3%로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전망이다.
특히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대회 전부터 우승 후보로 꼽혀왔던 팀이고, 실제 우승을 목표로 이번 대회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두 팀 중 한 팀은 16강에서 탈락, 우승 도전을 또 다음 대회로 미뤄야 한다.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무려 64년 만,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1996년 대회 이후 28년 만의 우승에 각각 도전하고 있다.
ESPN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전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맞대결이다. 두 팀 모두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는데, 16강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두 팀 중 한 팀은 우승 가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지난 조별리그에선 아쉬운 경기력에 그쳤지만) 두 팀 모두 중요한 순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팀들이다. 16강 맞대결 역시 흥미진진한 대결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안컵 16강 맞대결은 오는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사우디아라비아는 56위로 33계단 차이가 난다. 역대 전적에서는 8승 5무 8패로 팽팽한데, 지난해 9월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클린스만호가 1-0으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