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사발렌카. AP=연합뉴스 아리나 사발렌카(세계랭킹 2위·벨라루스)가 호주오픈테니스대회(총상금 8650만 호주달러·762억원) 2연패를 달성하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소원을 이뤘다.
사발렌카는 지난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정친원(15위)을 2-0(6-3, 6-2)으로 완파했다. 우승 후 그는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발렌카. AP=연합뉴스 사발렌카가 6살 때 테니스 라켓을 선물한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었던 세르게이는 딸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키우고 싶어 했다. 세르게이의 평소 소원이 사발렌카의 세계 1위 등극과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고 한다. 사발렌카는 지난해 아버지의 소원을 이뤘으나, 세르게이는 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세르게이는 2019년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숨졌다.
당시 사발렌카의 랭킹은 12위, 메이저대회 우승은 전무했다. 사발렌카는 2020년 호주오픈 직전 "(아버지의 사망으로) 가족들을 두고 호주로 오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위해 더 강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발렌카. AP=연합뉴스 사발렌카는 지난해 결승에서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를 2-1로 제압, 메이저 대회 처음 진출한 결승에서 우승 트로프에 입을 맞췄다. 이후 세계 1위까지 등극했다. 이번 대회 결승에선 불과 1시간 16분 승리했다. 호주오픈 여자 단식에서 2연패를 달성한 건 2012~2013년 빅토리야 아자란카(22위·벨라루스) 이후 11년만이다.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 7경기 동안 단 하나의 세트도 내주지 않고 모든 경기를 2-0으로 마무리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승 후 사발렌카는 "아버지는 내가 25세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2번 이상 우승하기를 바라셨다"고 털어놓았다. 1998년 5월 5일생인 그에겐 이번 호주오픈이 25세에 치르는 마지막 대회였다. 다음 메이저대회인 롤랑가로스 오픈은 5월 말 열리는데 이때 사발렌카는 26세다. 사발렌카. AP=연합뉴스 사발렌카는 2022년 US오픈을 시작으로 최근 6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1회, 4강 진출 3회를 달성하며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와 여자 테니스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사발렌카는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 우승하고 사라지는 선수는 되지 않겠다.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