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20·한화 이글스)은 지난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서울고 시절 155㎞/h를 던지는 강력한 구위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꿰찼다.
그러나 데뷔 첫 시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1군에서 20경기에 등판했으나,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다. 김서현은 4월 19일 1군 데뷔전에서 최고 157.9㎞/h(PTS 기준·트랙맨 기준 160.1㎞/h), 5월 1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최고 158.4㎞/h(PTS 기준·트랙맨 기준 160.7㎞/h)의 강속구를 던졌다. 그러나 갈수록 제구 난조가 심각해졌다. 2군 말소 후 선발로 전향, 밸런스 조정을 시도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김서현은 고교 리그를 제패했던 유망주였다. 기술적 문제가 아닌 심리적 문제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린 것이다. 2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개인 훈련을 마친 후 본지와 만난 김서현은 "처음 2군에 내려갈 때를 돌아보면, 당시 생각이 좀 많았다. '갑자기 왜 안 될까'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머릿속이 좀 뒤죽박죽이었다"고 답했다.
한화 구단은 김서현을 차근차근 돕고자 했다. 최원호 감독, 박승민 코치 등이 꾸준히 면담했고 여러 방안을 고심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김서현 입장에서는 숙제만 풀다 한 시즌이 끝나버린 셈이었다.
김서현은 "2군에 내려간 후에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선발 등판을 위해 준비했다.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캠프에서도 박승민 코치님과 훈련하면서 열심히 숙제를 풀었다. 그것까지 마치고 나서야 복잡했던 생각을 비로소 정리했다"고 전했다.
이제 김서현의 머릿속은 깔끔해졌다. 그는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던지고자 한다. 지난해는 처음 2군으로 내려갔을 때 불안감이 컸다. 이젠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뛰겠다"고 했다.
숙제도 얼추 다 푼 모양새다. 김서현은 "아무래도 직구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적응이 필요했다. 최원호 감독님께서 '넌 직구 구위가 좋다. (변화구 비중이 높으면) 부상 우려도 있으니 직구를 늘려보자'고 하셨다"며 "서울고 시절에는 직구가 안 되면 변화구를 많이 던지고, 직구가 되는 날에는 직구로 (경기를) 풀었다. 그 버릇이 남아 있었다. 아직 (프로) 첫해여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는 다시 불펜에서 출발한다. 김서현도 선호하는 보직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올 시즌 나를 불펜으로 쓸 것 같다고 하셨다"며 "원했던 보직이긴 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1군에서) 풀타임을 뛰어보면 좋겠지만,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일단 지난해보다 조금 더 1군에 오래 있고 싶다"고 다짐했다.
첫해 부진했더라도 그가 특급 유망주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는 여전히 향후 해외 진출을 꿈꾸기 충분한 인재다. 최근에는 최현일, 장현석(이상 LA 다저스) 이찬솔(보스턴 레드삭스)과 함께 훈련할 기회도 있었다. 이들을 보며 해외 진출에 대한 자극을 받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1군 적응이 먼저"라면서도 "만약 간다면 미국보다 일본에 먼저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가 단순했다. 재밌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라마다 야구 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일본은 번트도 많아 투수가 할 일(수비)이 많다. 내가 원체 수비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더 끌린다. 미국에 도전한다면 그다음일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