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호주전 최대 이슈는 ‘체력 변수’다. 호주 언론도 엇갈리는 두 팀의 체력 상황을 중요한 변수로 꼽고 있을 정도다. 비단 16강전 여파뿐만이 아니다.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진 체력 부담이 누적된 것도 한국엔 치명적일 수 있다.
이번 대회에 나선 한국 선수들 가운데 전 경기 선발로 나선 선수는 6명이나 된다. 모두 필드 플레이어다. 호주가 골키퍼 제외 3명만 전 경기 선발 출전 중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승부차기 혈투를 포함해 이번 대회 들어 단 1분도 숨을 고르지 못했다. 설영우(울산 HD)도 4경기 중 3경기를 풀타임 소화했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은 2경기 풀타임이다.
반대로 16강까지 오르는 여정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한 선수는 6명이나 된다. 문선민(전북 현대)과 양현준(셀틱)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 김주성(FC서울) 김지수(브렌트퍼드) 송범근(쇼난 벨마레)이다. 만약 김승규(알샤밥)가 부상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조현우(울산)도 이 범주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회 기간 내내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김진수(전북 현대)도 단 15분 출전에 그친 상황이다.
대회 엔트리가 23명에서 3명 더 늘었고, 교체를 활용할 수 있는 수도 5명으로 늘어났는데도 정작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연스레 주전들, 특히 핵심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칠 수밖에 없고, 1분도 나서지 못한 선수들은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선발 라인업만큼 교체카드를 활용하는 것도 틀에 박힌 모양새다. 중원에 홍현석(KAA 헨트)이 전 경기 교체로 나서고 있고, 경기 막판엔 박진섭(전북)을 투입해 체력이 떨어진 수비진을 보강하는 게 루틴이 돼 버렸다. 아직 1분도 뛰지 못한 선수들이 6명이나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를 치를수록 상대의 분석은 점점 더 치밀해지는데, 정작 한국 선수 구성엔 큰 변화가 없으니 자연스레 상대 입장에선 대비가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체력 부담은 오는 3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호주전에서 특히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회를 치르면서 누적된 선수들의 피로도뿐만 아니라 이제는 16강전 여파마저 몰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강전을 가장 먼저 치른 호주는 한국보다 이틀 이상 휴식을 취한 채 8강에 나선다. 반면 한국은 호주보다 16강을 늦게 치른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연장전 30분에 승부차기 혈투까지 치렀다. 16강 여파 탓에 체력적으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회 기간 내내 누적된 주전 선수들의 피로도까지 고려하면 두 팀의 체력적인 격차는 더 커지게 된다. 호주 역시 출전 시간 비중이 높은 핵심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한국보다 더 휴식을 취한 데다 연장전을 치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덜 부담스럽다.
한국이 23위, 호주는 25위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말해주듯 전력 차가 한쪽으로 크게 기운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호주와 맞대결에서 7경기 연속 1골 차로 승부가 갈리거나 무승부가 나온 것처럼 이번에도 팽팽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런 경기일수록 변수 하나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현재 상황이라면 한국 입장에선 체력이 분명 불리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호주 매체 더 시드니 모닝 헤럴드도 호주가 한국을 이길 수 있는 네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로 체력을 꼽았다. 매체는 “호주는 한국보다 이틀을 더 쉬었고, 한국은 (16강전에서) 120분 경기를 치른 뒤 회복할 시간이 이틀밖에 없다”며 “손흥민과 이강인은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고, 300분 이상 출전한 선수도 6명이나 된다”고 했다. 호주에서도 한국의 체력 부담을 적극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대회 전만 하더라도 한국을 일본에 이어 우승후보 2위로 꼽았던 통계 업체 옵타는 이번 8강전에선 한국의 승리 확률을 46%로, 호주는 54%로 각각 책정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열세에 몰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전반에 걸친 경기력이나 체력적인 문제 등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종 엔트리를 구성한 것도, 대회 기간 선수 선발과 교체를 결정한 것도 오롯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