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절친 이강인과 구보 다케후사의 대결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일본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자웅을 겨루는 둘의 모습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지난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인 이란과 2023 대회 8강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은 일찍이 짐을 싸게 됐다.
추가시간의 기적을 쓴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일본은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완전히 이란에 밀렸고, 1-1로 팽팽히 맞선 경기 종료 직전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무너졌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우승’을 외쳤지만, 씁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일본이 8강에서 떨어지면서 대회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한일전은 무산됐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E조와 D조 2위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하면서 두 팀이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는 대진이 완성됐다. 무엇보다 결승전이 설날 당일 밤인 12일 오전 0시에 열리는 만큼, 내심 ‘결승 한일전’이 열리길 바라던 팬들도 적지 않았다.
‘역대급’으로 불리는 한국과 일본 대표팀이 맞붙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이 버티고 있는 한국과 전체적인 스쿼드의 균형이 잡힌 일본의 대결은 축구 팬들에게 ‘드림 매치’였다. 초호화 멤버들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세간의 기대가 증폭한 이유였다.
특히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이강인과 구보의 만남도 대회 전부터 화제였다. 2001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2021년 레알 마요르카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키웠다. 유년 시절부터 스페인에서 기량을 갈고닦는 등 공통점이 많은 둘의 우정은 유럽에서도 조명할 정도였다.
아시안컵 개막 후에는 이강인과 구보가 서로를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여전히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둘은 공개적으로 서로를 응원했다. 구보는 “결승에서 만나자”고 기약도 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조별리그에서 주춤했지만, 토너먼트에 오르면서 맞대결에 관한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그러나 8강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구보는 이란전에 선발 출전해 67분간 활약하고 벤치로 물러났다. 이날은 비교적 미미한 영향력을 보이며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1골 1도움이라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반면 이강인은 8강전까지 3골 1도움을 기록, 팀 내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득점뿐만 아니라 플레이 메이킹 등 한국 공격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한국의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구보는 준결승 진출 실패 후 취재진과 마주해 “내가 여기 더 없는 게 매우 아쉽다. 이란에 행운을 빈다”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됐다. 강인이와는 파리에서 이야기하겠다. 파리에는 확실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휴식을 좀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구보의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한껏 묻어났다.
비록 이강인과 구보의 아시안컵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소속팀 대결은 이달 예정돼 있다.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과 구보의 레알 소시에다드는 오는 15일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을 치른다.
만약 이강인이 결승전까지 소화하고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1차전에 휴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두 팀은 내달 6일 2차전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