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올 시즌 야수진 ‘키플레이어’로 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논을 꼽았다. 중장거리형 타자 맥키논은 1루와 3루 수비가 가능한 내야수로, 박진만 감독은 맥키논에게 주전 3루수 자리를 맡겨 공격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맥키논은 3루수보단 1루수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1루수 12경기, 3루수 5경기에 나섰고, 마이너리그(루키~트리플A)에선 5시즌 동안 1루수로 310경기에 나섰다. 3루수로는 트리플A에서 10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다. 일본에서도 1루수 출전(87경기)이 3루수(33경기)보다 월등히 많았다. 본인도 본지와의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3루 수비도 좋지만 1루가 편하고 타격 면에서도 1루 수비가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맥키논을 주전 1루수가 아닌 3루수로 기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루엔 오재일이 있기 때문이다.
오재일은 2020년 FA(자유계약선수) 이적 이후 지난 3년간 ‘부동의 1루수’로 삼성의 내야를 책임져 왔다. 1루 수비는 KBO리그 최고로 꼽힌다. 다만 오재일은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106경기에 나서 타율 0.203 11홈런 54타점에 그쳤다. 왼쪽 햄스트링 손상 등 잔부상에 시달리며 규정 타석을 소화하지 못했다.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과 이종열 단장은 새 시즌 오재일의 부활을 자신했다. 이종열 단장은 “지난해 오재일이 햄스트링은 물론, 잔부상이 많았다고 하더라. 부상 관리만 잘 된다면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확신했다. 이후 이 단장은 구단 트레이닝 파트를 강화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힘썼다. 이를 기반으로 오재일이 분명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진만 감독은 올 시즌 새로 시행되는 ‘시프트 제한’으로 오재일이 살아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오재일은 전형적인 ‘당겨치기형 타자’로, 상대팀은 1~2루 사이에만 세 명의 내야수를 두는 시프트를 구사했다. 하지만 새 시즌부터는 이런 극단적인 시프트가 사라진다. 지난해 안타성 타구가 시프트에 잡히는 불운도 많이 사라질 전망.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박진만 감독은 “시프트 제한은 오재일의 타격 부활에 확실히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오재일이 살아날 것을 믿고 새 시즌에도 주전 1루수로 낙점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1루수 오재일-3루수 맥키논’으로 무조건 못 박아두진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맥키논을 3루수로 준비시키고 있지만, 캠프 동안 움직임을 보고 판단해서 오재일과 번갈아 1루수로 출전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 중 한 명을 지명타자로 투입해 체력 안배와 공격력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
다만 타순은 고정적이다. 박진만 감독은 “2번타자 김성윤-3번타자 구자욱-4번타자 맥키논은 고정적으로 갈 생각이다. 나머지 타순을 포지션과 컨디션에 따라 바꾸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맥키논을 고정 4번 타순에 넣을 만큼 공격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진만 감독은 "여기에 오재일이 살아나고 (잔부상없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른다면 팀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두 선수 모두 건강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