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삼성 라이온즈 1라운드 신인 육선엽은 입단하자마자 다소 ‘낯익은’ 등번호를 달았다. 그가 직접 선택한 등번호는 ‘4번’. 신인 선수가 한 자릿수 번호를 다는 건 다소 이례적인 일이지만, 구단이 이를 허락한 건 그만큼 그에게 그는 기대가 크다는 걸 반증한다.
하지만 등번호 4번의 의미는 그것보다 더 크다. 지금은 삼성의 심장이 된 구자욱이 입단 첫 해 달았던 등번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난 4년 동안 외국인 에이스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달았던 번호이기 때문이다.
육선엽이 4번을 택한 이유도 뷰캐넌 때문이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그는 “뷰캐넌은 삼성에서 만나고 싶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꼭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다”라면서 “등번호를 선택할 때 색다른 번호를 달고 싶었는데 때마침 뷰캐넌이 쓰던 4번이 보였다. 뷰캐넌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해당 번호를 택했다”라고 전했다.
이 소식은 뷰캐넌에게도 전해졌다. 뷰캐넌의 통역 매니저이자 지금은 코너 시볼드의 통역을 맡고 있는 이철희 매니저를 통해 육선엽의 등번호 에피소드에 대해 들었다. 뷰캐넌은 “육선엽이 내가 썼던 번호를 사용해 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뷰캐넌은 “비록 용병(외국인 선수)로 삼성에 있었지만, 어린 선수가 나를 우상으로 생각하면서 등번호를 택한 것에 대해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다”라면서 “다시 한번 육선엽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뷰캐넌은 없지만, 삼성엔 오승환, 원태인 등 보고 배울 선배들이 많다. 육선엽 역시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라이온즈 생활을 기대했다.
현재 육선엽은 삼성의 2군 캠프인 이시카와 구장에서 훈련 중이다. 1군 캠프는 아니지만, 오승환과 백정현, 장필준, 김대우 등 베테랑 투수들도 이 자리에 있다. 육선엽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지만, 정말 흔치 않은 기회 아닌가. 며칠 뒤 캠프에 적응하고 시간이 된다면 용기 내서 많이 여쭤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특히 육선엽은 오승환의 ‘돌직구’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선배들은 위기 상황 혹은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는지 궁금하다”라면서 “특히 오승환 선배께는 직구를 여쭤 보고 싶다. 선배의 돌직구는 꼭 배워 보고 싶다”라며 활짝 웃었다.
2024시즌 전체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육선엽은 구단으로부터 “빠른 볼과 변화구 구사 능력, 스태미너 등 선발 투수로 성장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춘 선수다. 체격조건과 뛰어난 워크에식으로 향후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구단도 팬들도 육선엽을 향한 기대가 크다. 육선엽은 “지난해 팬들 앞에서 시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많은 팬 앞에서 야구하면 던질 맛 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기더라”면서 “기대해주신 만큼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시즌 때 신인 답지 않은 모습으로 잘 던지겠다”라며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