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평가하는 회의를 이번 주 중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대회 전반에 대한 분석과 함께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전망인데, 전력강화위원회는 조언과 자문 정도를 하는 기구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축구협회는 12일 “황보관 기술본부장과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오늘 오전 아시안컵 관련 미팅을 실시했다. 이번주 내 전력강화위원회 소속위원들의 일정을 조정해 아시안컵 평가에 대한 리뷰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보관 본부장과 뮐러 위원장 간 미팅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은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비롯해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최윤겸 충북청주 감독, 이정효 광주FC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K리그 사령탑으로서 새 시즌을 앞두고 동계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거나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등을 치르는 등 위원들마다 일정들이 있어 일정 조율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 내부에서는 화상을 통한 회의 등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난 아시안컵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회의지만, 사실상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게 될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 스스로 자진 사임을 재차 거부한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경질하고 새 감독을 선임하느냐에 대한 전력강화위원들의 의견이 우선 모일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은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지난 2023 AFC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다. 특히 6경기에서 10실점을 허용하며 역대 처음으로 아시안컵 최다실점팀 불명예를 썼고, 매 경기 졸전에 그쳐 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부임 후 재택·외유 논란이 불거지는 등 부임 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사령탑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감독 스스로는 “아시안컵 4강은 실패라고 보기 어렵다”며 자진 사임 가능성을 배제한 상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건 이제 오롯이 대한축구협회의 몫이다.
대한축구협회의 발표대로 이번 주 중으로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리면, 회의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과의 동행 또는 해임 여부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전력강화위원회 차원의 의견이 정리되면 이를 집행부에 보고하고, 집행부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자문 역할만 하는 만큼 전력강화위원회 차원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해임을 결정할 수는 없다. 전력강화위원회 의견과 대한축구협회 집행부, 즉 정몽규 대한축구협의 결정이 서로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클린스만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위약금이 1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정몽규 회장도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결단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다름 아닌 정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 결국 자신의 책임으로 비칠 수 있는 것도 부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약 전력강화위원회 차원에서 ‘동행’으로 의견이 좁혀지면 정몽규 회장 역시 전력강화위원회 의견을 방패 삼아 클린스만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의견이 좁혀질 경우다. 정몽규 회장이 결국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여론은 물론 전력강화위원회 의견과도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면 그야말로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오는 3월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 홈·원정 2연전까지는 동행하면서 당장 판단을 미루는 선택지도 있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의 경우 지난 2017년 중국 원정에서 이른바 ‘창사 참사’를 당하고도 경질 없이 동행을 이어갔다가 3개월 뒤 카타르 원정 패배 직후에야 경질된 바 있다. 3월 A매치를 준비하기까지 후임 감독 선임 등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축구협회 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미 아시안컵 졸전, 그리고 지난 1년간 클린스만 감독의 근무 방식 등을 두고 클린스만 감독을 당장 경질하라는 쪽으로 여론의 무게가 많이 실린 분위기다. 빠르게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불신과 비난 여론은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번주에 있을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의 동행 여부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고, 정몽규 회장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클린스만 감독의 운명이 결정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