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새 사령탑으로 메인 타격코치를 맡고 있던 이범호(43)를 내부 승격했다. 또 다른 유형의 '형님 리더십'으로 명가 재건을 노린다.
KIA가 13일 새 사령탑을 찾았다. 지난달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종국 전 감독과 결별한 뒤 보름 만에 이범호 타격코치를 감독으로 승격했다. 계약 기간은 2년, 계약금과 연봉은 각각 3억원이다. 현재 호주 캔버라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던 이범호 신임은 이제 감독의 위치에서 선수단을 이끈다.
KIA 구단은 "이범호 감독은 팀 내 퓨처스 감독과 1군 타격 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라며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을 갖춘 지도자로 (전임 감독 사태로 가라앉은)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 일본 무대에 진출하기 전인 2009시즌까지 뛰었다. 이후 국내 무대로 복귀하며 KIA 유니폼을 입었고, 2019시즌까지 팀 3루수를 지켰다. 은퇴 뒤 지도자 생활도 KIA에서 시작했고, 스카우트와 퓨처스팀 감독, 타격 코치를 두루 역임했다.
KIA는 2017년 '형님 리더십'이 돋보였던 김기태 전 감독 체제에서 통합 우승을 해냈다. 투·타 전력 조화도 좋았지만, 고참 선수들에게 권한과 책임감을 부여해 팀 기강과 조직력 강화를 유도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범호 신임 감독도 '형님 리더십'을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다. 선수 시절부터 '미래 감독감'으로 여겨질 만큼 리더십이 있었고, 스타플레이어였던 만큼 지도자가 된 뒤에도 실력과 인망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팀 주축으로 올라선 이우성·최원준·김도영이 '범호 스쿨' 수강을 통해 1군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범호 감독은 사석에서는 친근하면서도 그라운드에서는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코치였다. 김기태 전 감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리더십을 보여줄 전망이다.
이범호 감독의 코치 시절, 배팅볼 투수로도 자주 나섰다.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을 투수 자리에서 확인하고, 직접 소통했다. 때로는 상대 투수의 투구 자세를 따라 하는 정성을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긴밀한 소통을 추구했다.
KIA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할 적임자로 내부 승격을 선택했다. 이름값 높은 유명 인사가 아닌 40대 초반 '초짜' 감독. 경험을 고려하면 우려가 있지만, 내구 결속을 이끌 수 있는 건 이범호 신임만한 인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KIA는 전력만큼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프링캠프 출발 전 불거진 악재를 빠른 속도로 봉합했다. 비로소 새 출발이다. 이범호표 형님 리더십으로 '어게인(Again) 2017'을 노린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