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승 청주 KB와 12연패 부산 BNK가 만났다. 리그에서의 순위는 물론, 최근 흐름이 정반대에 있는 팀 간의 만남이다. 동시에 KB의 조기 우승 시나리오가 그려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김완수 KB 감독은 “우리의 플레이에 집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와 BNK는 14일 오후 7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리는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은 정규리그 마지막인 6라운드의 첫판을 앞두고 있다.
분위기는 정반대다. KB는 최근 12연승으로 리그 1위, BNK는 12연패로 최하위다. 두 팀 모두 이날 경기를 앞둔 의지는 결연하다. KB는 승리하면 조기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BNK는 최근의 연패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경기를 앞둔 사령탑들 역시 ‘우승 여부’보다는 경기 자체에 집중했다.
김완수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마주한 자리에서 “중요한 건 부담 갖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쉬운 경기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우승을 코앞에 둔 KB의 올 시즌 여정은 압도적이다. 25경기 동안 패배는 단 2차례에 불과했다. 승률은 무려 9할. 하지만 김완수 감독은 “욕심이 많아서 다 만족할 순 없다”라고 웃은 뒤 “어쨌든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다 코트로 돌아왔다. 모두가 코트를 누빌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선수들이 지금처럼 아프지 말고 6라운드, 플레이오프(PO) 잘 치르길 바라고 있다. 그거 하나면 된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KB의 선봉장은 단연 박지수다. 지난 시즌 공황장애, 손가락 부상 등으로 긴 출전 시간을 소화하지 못한 그는 올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정규리그 득점·리바운드 1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완수 감독은 박지수의 올 시즌 활약에 대해 “커리어가 쌓이며 크게 성장했다. 특히 지난 시즌 많이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동기부여도 컸을 것”이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3년 가까이 하면서 합이 올라오는 것 같다. 매번 볼 때마다 놀라지만,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치켜세웠다.
끝으로 김완수 감독은 올 시즌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단을 거듭 칭찬했다. 김 감독은 “박신자컵, 전지훈련 등 포함해서 11개월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7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많이 혼나고, 눈물과 땀 흘려가며 고생한 게 조금이나마 보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선수들의 몫이다. 코치진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고맙다. 그런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기에 모든 선수들이 코트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한편 이에 맞선 박정은 BNK 감독은 “분위기 제일 좋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대결”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 감독은 “‘남 잔치에 들러리가 되지 말자’라고 당부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농구를 하는 것이다. 선수들 각자가 에너지를 끌어 올려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팀 BNK는 2024년 승리가 없다. 최근 12연패로 크게 부진하다. 만약 이날 진다면 PO 탈락도 확정된다. 박정은 감독 역시 “내용적으로 보면 최근 나아지고 있으나, 승부처에서 위축돼 마지막에 힘든 것이 문제다. 선수들과 얘기하며 우리가 얻어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실망보다는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오늘 경기에 집중하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KB를 저지하기 위해선 역시 박지수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박정은 감독은 “경기를 복기해 보면 박지수 외 선수들에게 많은 득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부분을 최대한 억제해 보려고 한다. 지난 대결에선 박지수의 리바운드 후 역습을 많이 허용했다. 오늘 백코트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했다”라고 짚었다.
박정은 감독의 말대로, BNK의 남은 과제는 어떻게 시즌을 마무리하느냐다. 취재진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박 감독은 “마무리의 ‘마’자도 꺼내지 않았다”라면서 “한 경기 한 경기 각자가 얻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팀적으로도 말이다. 본인의 이름 석 자가 유니폼에 있지 않나. 자존심을 지켜보자는 프라이드에 대해 얘기를 했다. 선수들이 잘 지켜준다면, 경기력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