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무라드 칸과 동행을 결정한 것은 우리카드를 견제하기보다 링컨 윌리엄스(호주)의 공격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최근 외국인 선수를 링컨에서 무라드로 교체하는 공시를 완료했다. 링컨은 11월 말부터 허리와 무릎 부상으로 결장하자, 무라드가 링컨의 일시 교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해 12월 말 영입됐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르면 기존 외국인 선수의 부상이 4주 이상일 시 일시 교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다만 진단서 발행일로부터 2개월 이내 기존(재활) 선수와 일시 교체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을 택해야만 한다. KOVO에 진단서를 제출한 지 60일째였던 지난 12일, 대한항공은 링컨과 작별하고 무라드와 동행을 결정했다.
무라드는 지난달 12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무려 52득점을 폭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코트보다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이 분전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의 선택이 우리카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마테이 콕이 발목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돼 대체 선수를 찾고 있다. 그러나 타 리그도 시즌이 한창이고, 영입 후보가 제한적이어서 대체 선수를 찾기 쉽지 않다.
만일 대한항공이 링컨과 동행하고 무라드와 작별했다면 우리카드가 무라드를 대체 선수로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링컨은 대한항공을 떠나도 규정상 타 구단으로 당장 옮길 순 없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무라드를 택한 건) 다른 팀(우리카드) 상황을 떠나 우리 팀 상황만 고려한 것"이라면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링컨과 좋은 기억이 많다. 링컨의 활약 속에 많이 승리했고, 팀도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링컨의 공격력이 예전같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직접 링컨에게 연락해 최종 결정을 통보했다. 링컨도 "결정을 존중한다. 계속 대한항공을 응원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14일 경기에서 무라드는 짧지만 강력한 한방으로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14일 OK금융그룹전에 임동혁을 내세웠다. 임동혁은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25득점을 올렸으나 범실이 14개로 많았다. 특히 4세트 24-21에서 두 차례나 백어택 공격이 상대에게 가로막혀 24-23, 턱밑까지 쫓겼다.
그러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세터를 한선수에서 유광우로 교체하고, 아포짓 스파이커 역시 임동혁에서 무라드로 교체했다. 무라드는 1세트 24-18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코트를 밟자마자 곧바로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기록했다. 무라드는 코트를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틸라카이넨 감독은 "무라드가 마지막에 교체로 들어와 경기를 끝내기가 쉽지 않은데 잘했다"며 "우리가 두 명의 아포짓 스파이커를 보유한 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V리그 최초의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