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 청주 KB가 2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시즌 내내 압도적인 우승 레이스를 펼쳤고, 단 26경기 만에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하지만 사령탑과 선수들은 우승의 기쁨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며 잔여 경기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 예고했다.
KB는 지난 시즌 5위에 그치며 봄농구를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국보 센터’ 박지수(26·1m96㎝)의 이탈이 뼈아팠다. 그는 공황장애 탓에 선수단 합류가 늦었고, 시즌 중 복귀했으나 손가락 부상을 입어 온전히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박지수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KB는 2위·2위·1위를 차지했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박지수가 건강하게 돌아온 올 시즌은 달랐다. 그는 부상 복귀 후 전 경기에 출전하며 1~5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싹쓸이했다. 베테랑 염윤아(37)를 비롯해, 주전 강이슬(30) 김예진(27) 허예은(23) 등 전 포지션에서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치렀다.
우연히 나온 결과는 아니다. KB는 지난해 3월 2일 정규릭 최종전을 마친 뒤 4월 7일 첫 소집, 이후 전지훈련·박신자컵·연습경기 등 긴 강행군을 펼치는 등 비시즌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 기간 외박과 휴가도 최소화하는 등 이를 악물었다. 첫 소집 후 리그 우승을 확정하기까지 무려 11개월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펼쳤다.
강행군을 이겨낸 선수단은 성적으로 화답했다. 우승 시점, KB는 평균 72.2득점으로 WKBL 유일 평균 70득점 이상의 공격력을 뽐냈다. 팀 리바운드·어시스트에서도 단연 1위다. 리그 최소 실점(59.7)까지 차지하는 등 ‘완벽한 우승’이나 다름없다.
김완수 감독은 우승 전후로 비시즌을 버텨준 선수단을 향해 거듭 칭찬했다. 김 감독은 “내가 질책도 많이 했고, 훈련도 많이 시켜서 힘들었을 텐데 염윤아를 중심으로 선수단 모두가 잘 이겨내며 시즌을 준비했다.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에도 “지금 기쁨보다는, 그동안 고생했던 일이 생각나 울컥하다”라고 했을 정도였다.
워낙 압도적인 리그 우승 레이스를 펼쳤지만, 사령탑과 선수들은 여전히 ‘불만족’이다. 먼저 김완수 감독은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해야 할 일이 많다. 선수들의 마무리 능력도 더 키우고 싶다. 기본적인 플레이에 더 집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잔여 경기, 그리고 봄농구에선 상대가 누구든 우리의 장점을 부각하고, 약점을 최대한 감추겠다”라고 덧붙였다.
KB의 주전 센터 박지수와 가드 허예은도 사령탑과 같은 의견이었다. 박지수는 “주변에서 많은 칭찬을 해주시고, 상도 많이 받아 최고의 시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솔직히 아직 내 마무리 능력은 부족하다. 감독님의 요구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 발전해야 한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허예은 역시 “아직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박지수는 정규리그 득점·리바운드 1위, 허예은은 어시스트 1위를 기록했음에도 아직 부족하다며 자신을 낮췄다.
여전히 ‘불만족’ 상태인 KB가 남은 경기를 통해 만족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전 요소다. KB는 3월 9일부터 시작하는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4위 팀과 만난다. 현재 4위 경쟁을 하는 팀은 부천 하나원큐와 인천 신한은행이다. 이번 시즌 KB는 두 팀을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뒀다.
한편 박지수와 허예은은 우승 현장에서 한 차례 취재진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경기 뒤 취재진이 “김완수 감독은 여러 차례 11개월 동안 버텨준 선수단이 대견스럽다고 했다”고 하자, 허예은은 “나는 2023~24시즌이 오지 않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박지수는 “알고 계셨다니 다행이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