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에 20~30대 젊은 층이 많아졌다. 화사하게 꾸미고 데이트 나온 커플, 아이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젊은 부부 그리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몰두하고 있는 젊은 남성들. ‘경마공원’이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렛츠런파크 서울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떠오르고 있다.
MZ 세대가 경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각양각색이다. 어릴 적 챔프라는 영화에서 봤던 '우박이'가 실제 경주마 '루나'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말에 관심이 생겼거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를 통해 처음 경마를 접했지만 실제 경주의 박진감에 더 빠져버린 사례도 있다. MZ 경마 서포터즈 '뛰뛰마마'를 만나 그들이 말하는 경마에 대해 들어보았다.
베팅보다 스토리텔링 바라는 경마팬 매주 렛츠런파크 서울을 방문한다는 30대 여성 안혜민씨. 경주마 루나를 통해 말에 관심을 갖고, 자연스레 경마와 경주마 세계에 입문했다. 그는 "베팅에 몰두하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경주마들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없을 것 같아 베팅은 자주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대통령배에서 암말 최초로 우승한 라온퍼스트. 안혜민씨는 "제각각의 마생(馬生)스토리도 매우 매력적인데, 한국 경마는 아직 성적만 있고, 스토리는 없는 것 같아 아쉽다"라며 "일본의 경주마 캐릭터 터피처럼 스토리를 입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베팅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MZ 세대 30대 남성 양형석씨는 일본에 거주하면서 '경주마 게임' 우마무스메의 폭발적인 인기를 체감했다. 그렇게 경마에 관심을 갖고 경주 관전을 위해 방문했던 나고야 경마장에서 게임보다 훨씬 더 뜨거운 열기를 느꼈고, 눈앞에서 달리는 경주마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현재 양형석씨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경마에도 해박하다. '뛰뛰마마' 단장을 맡아 이끌고 있는 그는 "승부를 던질 땐 느낌대로 베팅하고 그 결과에는 쿨하게 승복한다"라고 말한다. MZ 세대만의 새로운 승부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쇼트트랙 이상의 몰입감 선사 20대 남성 이재연씨는 "내가 응원하던 말이 결승 라인을 통과할 때,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쾌감을 느낀다"라고 고 했다. 경마공원 방문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말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쇼트트랙 그 이상의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특히 코리아컵 등 대상경주일에 방문하면 축제와 같은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추천하고 싶다고 한다.
편견을 깨부수는 쾌감, 경마의 진짜 매력 20대 남성 최현성씨는 뛰뛰마마 회원 중에서도 손꼽히는 열혈 경마 팬이다. 그는 자신을 기록자라고 말한다. 팬들의 관심이 덜 쏠리는 일반 경주 출전마도 정성 들여 촬영하고 기록을 남긴다. 물론 베팅을 즐기는 날도 많다. 누가 기승하는지, 누가 훈련시켰는지, 전적 기록은 어떤지 등 여러 요소를 꼼꼼히 살펴보고 베팅한다. 100원부터 베팅이 가능한 만큼 ‘경마는 곧 탕진’이라는 편견을 깨고 소액으로 건전하게 즐기고 있다. 자신을 보고 경마에 입문한 지인들도 꽤 있다고. 특히 커플들에게 이색 데이트 장소로 추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느낌대로 베팅하는 경마, 베팅 안 하는 경마, 경주마 스토리를 발굴하는 경마, 분석하고 공부하는 경마 등 MZ 세대가 경마를 즐기는 방법은 참신하고 다양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대로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 바로 진정한 경마의 묘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