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민(23·강원도청)에게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메달 순간은 이런 기억으로 남았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그는 3분42초7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도, 환한 세리머니 대신 스스로도 놀란 표정이었다.
2위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와는 0.15초 차, 3위 루카스 마르텐스(독일)과도 0.25초 차에 불과할 정도로 워낙 치열했던 승부. 가슴을 졸이던 김우민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장내 아나운서 덕분에 자신이 금메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011년 박태환 이후 끊겼던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무려 13년 만에 한국 수영에 찾아온 순간이기도 했다.
대회를 마치고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일주일 전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김우민은 “1등으로 가고 있는 건 알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뒷심이 좋은 데다 마지막 50m에 올라오는 걸 봤다. 도착을 한 뒤에도 터치 싸움인 걸 보고 전광판에 기록이 나오지 않아서 되게 당황스러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장내 아나운서가 제 이름을 부르길래 ‘아, 1등 했구나’ 하면서도 약간 못 믿는 것 반, 기쁜 것도 반해서 좀 놀랐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한국 수영뿐만 아니라 김우민 자신에게도 값진 레이스였다. 박태환이 보유한 한국 기록(3분41초53)까진 경신하진 못했으나, 개인 기록을 1초21이나 앞당기며 자신의 한계를 한 계단 더 뛰어넘었다.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에서 3분43초92로 처음 43초대에 진입한 데 이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끝에 세계선수권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 더구나 300m 지점까지는 세계 기록 페이스였다.
김우민은 ‘세계신기록 페이스였던 게 계획된 레이스였는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연습한 대로 레이스가 나온 것 같다”며 오버페이스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300m까지 만들어졌기 때문에, 마지막 100m를 조금 더 보완하면 진짜 좋은 기록과 좋은 순위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값진 금메달이지만 워낙 치열했던 데다 스스로도 놀란 순간이니 세리머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 순간 하지 못했던 세리머니를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그는 “살짝 억울하긴 한데, 올림픽을 위해 사린 걸로 하겠다”며 웃어 보였다. 오는 7월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획득한 뒤, 그때 제대로 된 세리머니를 펼쳐 보이겠다는 자신감이다.
김우민은 “파리 올림픽 때 자유형 400m 메달을 바라본다면, 지금 여기서 기록을 조금 더 당겨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호주의 샘 쇼트나 아메드 하프나우위(튀니지)와 터치싸움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좀 더 테이퍼하고, 부족한 훈련도 더 보완하면 충분히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한편 김우민은 이번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뿐만 아니라 황선우, 양재훈(이상 강원도청) 이유연(고양시청) 이호준(제주시청)과 함께 남자 계영 800m 은메달도 합작해 이번 대회에서만 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