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전 소속팀이자 지난 시즌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우승팀인 나폴리가 발테르 마차리(이탈리아) 감독을 경질했다. 올 시즌 사령탑 경질만 이번이 두 번째다. 세리에A 순위는 9위. 루치아노 스팔레티(이탈리아) 감독과 김민재의 공백 속 추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나폴리 구단은 20일(한국시간) “어려운 순간에 팀을 도왔던 마차리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나폴리 시민과 우리 구단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결별을 발표했다. 경질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로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루디 가르시아(프랑스) 감독 경질 이후 이번 시즌에만 두 번째 감독 경질이다. 특히 후임으로 온 마차리 감독은 오히려 가르시아 감독보다 더 좋지 못한 성적에 그쳤다. 가르시아 감독 체제에서 12경기 승점 21점을 쌓았던 나폴리는 마차리 감독 체제에선 같은 기간 15점을 얻는 데 그쳤다. 결국 10승 6무 8패, 승점 36으로 리그 순위가 9위까지 추락하자 나폴리 구단은 경질의 칼을 또 빼들었다.
지난 시즌 무려 33년 만에 세리에A 정상에 올랐던 팀이 불과 한 시즌 만에 중위권 수준의 팀으로 추락했다. 나폴리의 우승을 이끌었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을 떠나보내고, 수비의 핵심이었던 김민재의 이탈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여파가 가파른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스팔레티 감독은 지난 시즌 나폴리 구단과 계약을 마치고 그대로 팀을 떠나버렸다. 구단이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가지고 있었으나, 우승을 이끈 감독의 연봉 인상 등의 조건 없이 계약 기간 연장 옵션만 발동하려다 스팔레티 감독을 잡지 못했다. 스팔레티 감독의 나폴리 시절 연봉은 280만 유로(약 41억원)로 세리에A 상위권 사령탑들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었다. 표면상 스팔레티 감독이 나폴리를 떠나는 이유는 '휴식'이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여기에 수비의 핵심이었던 김민재의 이탈 공백이 컸다. 이번 시즌 나폴리는 리그 24경기에서 28실점을 허용했다. 아직 리그 14경기가 더 남았는데 김민재가 중심을 잡았던 지난 시즌(38경기) 허용한 실점과 같은 실점 수를 벌써 기록했다. 김민재가 떠난 뒤 제대로 수비진 보강을 이루지 못한 여파다. 결국 나폴리 수비진은 지난 시즌 김민재의 파트너 또는 백업이었던 선수들이 수비라인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한 것도 아니다. 빅터 오시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조반니 디로렌초 등 김민재를 제외한 다른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잔류했다. 그런데도 팀 순위가 1위에서 9위로 급추락한 건, 아무래도 스팔레티 감독의 지도력에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가 떠난 빈자리가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마차리 감독이 떠난 사령탑 역할은 프란체스코 칼초나(이탈리아) 감독이 슬로바키아 대표팀 감독직과 함께 병행할 예정이다. 기간은 올 시즌까지다. 칼초나 신임 감독은 지난 2015~2018년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 시절 나폴리 수석코치를, 2021~2022년엔 스팔레티 감독 체제에서 코치 역할을 각각 맡은 바 있다. 나폴리 구단은 “사리 감독과 스팔레티 감독 아래에서 함께 일했던 칼초나 감독의 복귀를 환영한다”고 했다. 칼초나 신임 감독의 데뷔전은 부임 이틀 뒤인 오는 22일 오전 5시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리는 바르셀로나와의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