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KBO리그로 복귀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담금질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그가 주목한 화두는 '피치컴'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여러 제도가 신설, 새롭게 적용된다. 피치 클록도 그중 하나다. 투구와 타격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은 전반기 시범 운영한 뒤 후반기 본격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해 피치 클록을 먼저 적용한 메이저리그(MLB)는 경기 시간을 3시간 4분에서 2시간 40분으로 단축했다. '스피드업'을 강조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방향성을 고려하면 피치 클록 도입은 시간문제다.
MLB 피치 클록은 2023시즌 기준, 투수의 경우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으면 20초 이내 투구 제한이 적용됐다. 타자는 피치 클록 종료 8초 전까지 타석에 들어서야 했다. 투수가 규정을 위반하면 볼 1개, 타자가 어기면 스트라이크 1개가 자동 선언됐다. 주목적은 투구 시간 단축. KBO는 리그 투수의 평균 투구 인터벌을 분석, 주자 유무에 따른 투구 시간을 각각 18초와 23초(타자 8초)로 제한했다.
류현진이 주목하는 건 피치컴이다. MLB는 2022시즌부터 무선 통신 시스템인 피치컴을 허용했다. 포수가 손목 전자 장비(키패드)로 구종을 선택하면 관련 정보가 투수 모자에 부착한 소형 무선 수신기로 전달된다. 피치컴 사용은 주자의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데 투구 시간을 줄이는 것도 효과적이어서 피치 클록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MLB에서 피치 클록을 경험한 류현진은 "(피치 클록이 적용되면) 사인을 두 번 세 번 바꾸는 시간이 부족하다. 피치컴을 사용하면 (투구 시간을 단축하는 게) 수월할 거로 생각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적응이) 좀 어려울 거"라고 말했다.
KBO는 피치 클록 운영을 발표하면서 피치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피치컴을 준비하고 있다"며 "피치컴을 만드는 곳이 미국 업체인데 기본적인 사양 등은 다 받아놨다.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구단에는 업체가 가서 테스트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용 시점은 물음표다. 박근찬 사무총장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이라서 (국내 사용 관련) 전파 인증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시간이 조금 걸린다"며 "시범 경기 때부터 피치 클록을 시범 운영하는데 그때 바로 피치컴을 사용 못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넘어야 할 난관 중 하나는 가격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피치컴을 실제 보면 엄청 단순하다. 전자 장비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크지 않은 업체에서 만들다 보니까 품질 수준이 기대를 밑돈다. 구매하는 게 아니라 렌트하는 건데 1년 사용 비용이 최소 수천만원"이라고 귀띔했다.
현장에선 대체로 피치컴 사용을 반긴다. 보조 장치 없이 투구 시간을 줄이기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다니엘 카스타노는 "피치컴 사용에 적극 찬성한다. 사인을 주고받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기 중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피치컴이 없다면 피치 클록에 새롭게 적응해야 할 수 있다. 오키나와 캠프를 시작한 류현진의 중요 점검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