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채프먼. 사진=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가 올 겨울 스토브리그의 깜짝 승자가 됐다. 내친김에 가성비 좋은 추가 전력 보강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컵스는 25일(한국시간) 중견수 코디 벨린저(29)와 계약을 발표했다. 2017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했던 벨린저는 그해 신인왕을 비롯해 2019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던 스타 타자다. 2020년 이후 꾸준히 부진했던 그는 방출당한 지난해 컵스로 이적, 1+1년 계약을 맺고 130경기 타율 0.307 153안타 26홈런 97타점 95득점 20도루 OPS 0.881로 부활했다.
올해의 재기상을 수상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그는 대박 계약을 노렸다. 마침 FA 선수들 중에는 오타니 쇼헤이(다저스)를 제외하면 그보다 나은 야수가 없었다. 오타니가 10년 7억 달러에 계약하면서 시장도 달궈지는 듯 했다. 그러나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저스) 계약 후 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벨린저를 비롯해 스캇 보라스 소속 대어 선수들은 버티기 전략에 들어갔다가 미아 위기에 놓였다.
벨린저의 원 소속팀 컵스는 벨린저 복귀 자체는 환영했다. 시카고 지역 매체들도 벨린저를 잡아야 한다고 했으나 컵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시장에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컵스는 보라스와 버티기 대결에 들어갔고, 결국 승리했다. 컵스는 25일 벨린저와 3년 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첫 2년 동안 연봉이 3000만 달러이고 벨린저는 매년 옵트 아웃(FA 실행 권리)을 얻었다. 다시 말해 3년 계약은 보장 받고 FA 재수에 들어간 셈이다.
코디 벨린저. 사진=게티이미지 묶였던 FA 시장 흐름이 벨린저로 열릴 수도 있다. 남은 주요 선수들이 모두 보라스 소속인 만큼 벨린저와 비슷한 형태 계약으로 탈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26일 벨린저 계약에 대해 "첫 도미노일까?"라며 "벨린저의 계약은 보라스의 다른 고객들도 동일한 유형의 계약에 응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매체는 "블레이크 스넬이 그와 같은 계약에 동의하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매년 옵트 아웃 조항을 넣고 연 평균 연봉을 높여서 1~2년 후 다시 시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조던 몽고메리에 대해서도 "LA 에인절스의 관심을 끈 선수다. 에인절스는 몽고메리나 스넬을 영입할 준비가 된 것 같다. 보스턴도 그의 가격이 내려가길 기다리는 것 같다. 옵트아웃을 넣은 단기 계약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투수보다 눈에 띄는 건 다음 야수 최대어였던 맷 채프먼이다.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뛴 채프먼은 리그 최고의 3루 수비, 매년 20개 안팎을 치는 장타력을 겸비한 자원이다. 채프먼 역시 보라스 소속이며 갈 곳을 찾지 못하던 중이다.
MLB닷컴은 컵스가 내친 김에 채프먼까지 영입할 수 있다고 봤다. 확실한 3루 자원이 없던 상황에서 벨린저와 같은 형태 계약이라면 초호화 선수는 아니어도 경제적으로 로스터를 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MLB닷컴은 "겨울 내내 컵스는 채프먼의 잠재적인 행선지로 여겨져 왔다. 벨린저와 계약해 컵스가 채프먼 영입에서 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전했다.
컵스에게 아직 '한 방'이 남아서다. 매체는 "컵스의 팀 연봉은 1차 사치세에서 3000만 달러 이상 떨어져 있다. 이를 넘기지 않고도 또 다른 거액의 연봉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채프먼이 전액 보장에 벨린저보다는 낮은 연봉, 비슷한 구조로 계약할 생각이 있다면 컵스 3루수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리 역시 있다. 젊은 거포 크리스토퍼 모렐은 내야 수비가 불안해서다. 매체는 "모렐이 3루수에서 출장 시간을 늘리려 했지만, 그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나 지명 타자로 더 적합할 수 있다. 채프먼을 추가한다면 핫코너에서의 수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옵트아웃을 매년 넣는다면 채프먼도 퀄리파잉 오퍼 없이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