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인천 야구를 대표한 투수 류현진(37)과 포수 이재원(36)이 한화 이글스에서 의기투합한다.
류현진은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국내 복귀 뒤 두 번째 스프링캠프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20개씩 3세트, 총 60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는데 그의 모든 피칭을 받아낸 건 이재원이었다.
류현진과 이재원은 고교 시절 운명이 엇갈렸다. 이재원은 1988년 2월생으로 1987년 3월생인 류현진과 친구다. 류현진은 동산고, 이재원은 인천고 주축 선수로 고교 시절 이름을 알렸는데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인천 연고 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1차 지명한 선수는 이재원이었다. 고교 시절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를 받은 류현진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였다. 신인 2차 지명으로 넘어간 류현진은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1순위 롯데 자이언츠 나승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류현진과 이재원은 프로 입단 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류현진은 2006년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신인왕까지 차지하며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2012시즌을 마친 뒤에는 메이저리그(MLB) 진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재원은 주전으로 도약한 시기가 상대적으로 뒤였지만 1군 주축 멤버로 자리매김한 뒤 롱런했다. 2018년 12월애는 자유계약선수(FA)로 69억원 대형 계약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두 선수의 최근 흐름은 상반된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인 8년, 최대 170억원에 친정팀 한화로 복귀했다. 반면 SSG에서 방출된 이재원은 겨우내 우여곡절 끝에 한화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준비했다.
26일 불펜 피칭에서 보여준 두 선수의 호흡이 더욱 눈길을 끈 이유다. 류현진은 피칭 과정에서 이재원에게 코스와 구종, 스트라이크 여부를 묻기도 했다. 친구라서 더욱 편하고, 부담 없는 모습이었다. 앞서 류현진은 "(이재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난 사이다. 좋은 포수기 때문에 충분히 잘 맞을 거로 생각한다"며 "서로 고참이 됐기 때문에 우리가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덕담했다.
모처럼 '친구'의 공을 받아본 이재원은 "(언제 함께했는지) 너무 오래전이라서 제대로 받은 기억이 없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친구를 떠나서 정말 완벽한 투수 같다. 잘 준비했다"며 "포수로서 기분 좋다. 던지라는 위치로 던진다. 이런 투수는 우리나라 말고 미국에도 별로 없을 거 같다. 정말 좋은 투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