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KT 위즈와 LG 트윈스와 시범경기를 중계하던 차우찬, 유원상 TVING 해설진은 KT 투수 원상현의 투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낙차 큰 커브로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고 ‘우승 투수’ 임찬규와 비슷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2024시즌 1라운더 신인 원상현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 동안 47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원상현은 매 이닝 선두타자 안타를 허용하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1회 2루타와 볼넷 2개로 2사 만루, 2회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원상현은 삼진 5개로 스스로 위기를 탈출하며 KBO 공식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원상현은 최고 150km/h의 공을 앞세워 LG 타선을 돌려세웠다. 125~131km/h에서 형성된 슬라이더(10개)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올렸고, 최저 124km/h의 낙차 큰 커브(9개)를 결정구로 사용하며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특히 커브로만 4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후 원상현은 “커브는 진짜 자신 있다. 함께 입단한 신인 선수들 중 커브는 내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힘줘 말하기도 했다.
3회 1사 후 오지환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에선 신인답지 않은 적응력이 돋보였다. 1-2 볼카운트에서 던진 높은 커브가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에 의해 스트라이크 처리가 됐는데, 이를 두고 원상현은 “(선발 맞대결 상대인) 임찬규 선배 커브가 좋은데, 약간 높게 들어간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더라. 그래서 (오지환 선배 삼진 잡을 때) 일부러 높게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뛰어난 커브에 커맨드(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 적응력까지 완벽했던 장면이었다.
150km/h의 빠른 직구와 주무기 커브, 이강철 KT 감독에게 전수받은 슬라이더 그립까지 자신의 장점을 모두 쏟아낸 시범경기였다. 제4의 구종인 스플리터까지 70~80%까지 끌어 올리는 중이라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원상현은 올 시즌 KT의 5선발로 낙점됐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소형준이 복귀할 때까지 5선발 새 얼굴이 필요한 가운데, 원상현이 가장 먼저 기회를 받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신인이다보니 (긴 이닝을 던질) 내구성이 아직 걱정이다. 원상현과 김민을 붙여서 5선발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첫 경기에서 좋은 공을 던지며 이강철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데뷔 시즌부터 ‘소형준 대체자’라는 중책을 맡은 그. 원상현은 "냉정하게 나는 형준이 형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형준이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전국 최고였고, 변화구도 저보다 훨씬 뛰어나다"라면서 "오히려 형준이 형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고 고마워 했다.
그러나 개막 엔트리 욕심은 있다. 원상현은 “(입단 동기인) 황준서, 김택연, 전준표 등 세 투수가 던지는 것을 찾아봤는데 자극이 됐다. 함께 프로에 들어온 친구들과 다 같이 잘해서 즐겁게 경쟁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