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재기 가능성을 보여준 '4번 타자' 김재환(36)을 향해 기대감을 전했다.
김재환은 지난 9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4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 2연전 1차전에서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두산의 12-8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선발 투수 하영민과의 1회 말 승부에서 좌월 홈런을 쳤고,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총알 타구로 안타를 추가했다.
2018시즌 정규시즌 홈런 44개를 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재환은 2023시즌 홈런 10개, 타율 0.220에 그치며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이승엽 감독에게 특별 지도를 받았고, 비활동기간에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타격 메커니즘을 점검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향상된 타격을 보여줬고, 시범경기 첫날부터 그 성과를 보여줬다.
이승엽 감독은 10일 키움 2차전을 앞두고 "좋은 타구가 나온 점은 고무적이다"라고 했다. 자신과의 훈련에 의미를 부여한 선수의 말을 들었는지 "내가 아니라 강정호 스쿨에서 좋은 걸 많이 얻은 것 같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승엽은 "한 경기(9일 키움전) 결과"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스프링캠프 훈련을 통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는 연습을 할 때도 (좌타자 기준) 왼쪽으로 간 타구가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라며 "지금은 (밀어 쳐서) 왼쪽으로 타구를 보낸다. 방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힘을 실을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체중을 잘 전달하고 있는 거 같다"라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기본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재환은 10일 키움 2차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1회와 5회, 두 타석에서 타구를 왼쪽으로 보냈다. 5회는 워닝트랙까지 뻗은 타구였다. 이승엽 감독의 말처럼 타구가 왼쪽으로 가고 있다.
타자들이 말하는 '좋은 타격감'은 자신이 서 있는 타석 반대편으로 밀어서 타구를 보내는 것이다. 백스크린(전광판) 기준으로 살짝 옆으로 가면 가장 좋다. 결국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당겨치는 데 집중하던 김재환이 다시 밀어 치는 타격에 집중하고 있는 것. 이승엽 감독은 "지금 감각을 잘 유지하길 바란다"라는 기대 섞인 당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