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전 첫 '김태형 더비'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패했다. 신인 투수 전미르(19)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롯데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3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개막 주말 2연전에서 SSG 랜더스 상대 연승을 거뒀지만, 외국인 투수 2명을 연달아 내세운 두산 마운드를 상대로 타선이 침묵했다.
이 경기는 지난해 롯데에 부임한 김태형 감독이 자신이 이끌던 두산을 상대해 눈길을 끈 경기다. 김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두산에 부임,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끌며 왕조를 만들었다. '두목곰'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 시절도 베어스 소속으로만 뛰었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이제 그가 거인 군단 사령탑으로 두산을 상대해 시선이 모인 게 사실이다.
롯데는 9·10일 SSG전에서 각각 6-1, 13-5로 승리했다. 1차전은 윤동희, 나승엽 등 신예 타자들이 활약했고, 2차전은 전준우와 정훈이 차례로 스리런홈런, 만루홈런을 치며 공격을 이끌었다.
11일 두산전은 산발 5안타에 그쳤다. 나승엽이 멀티히트(2안타)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집중타는 나오지 않았다. 두산이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에게 각각 3과 3분의 2이닝과 4이닝을 맡겼다. 롯데 타선은 알칸타라에겐 적지 않은 안타(5개)를 뽑아냈지만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반면 새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은 4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2회 초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2루타, 1사 뒤 강승호에게 내야 안타, 후속 허경민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먼저 1점을 내줬고, 3회 초엔 박준영에게 왼쪽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을 허용했다.
김태형 감독은 윌커슨을 마운드에서 내린 뒤 불펜 투수들 컨디션을 두루 점검했다. 5회 박진형부터 9명이 나서 5이닝을 막았다.
가장 돋보인 투수는 신인 전미르였다.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구승민이 타자 타구에 맞아 마운드를 내려간 상황에서 등판한 그는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무사 1루에서 상대한 이유찬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후속 김대한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진 조수행과의 승부에서 중전 안타를 맞고 만루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후속 타자 장승현과 김재환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장승현에겐 슬라이더 2개로 스트라이크 2개를 잡아낸 뒤 126㎞/h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날 장타(2루타)를 생산했던 김재환 상대로는 포심 패스트볼(직구) 2개로 유리한 볼카운트(0볼-2스트라이크)를 만든 뒤 다시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김태형 감독은 친정팀을 상대로 나선 첫 공식전에서 패했지만, 필승조 구성을 위한 점검을 할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눈여겨 본 전미르가 홈런왕 출신 김재환을 완급 조절로 제압하는 모습도 확인했다. 패했지만 수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