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오승환-8회 김재윤-9회 임창민.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삼성은 14일 대구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를 치렀다. 선발 백정현이 2⅔이닝(4실점 1자책)을 소화한 뒤, 김대우(1⅓이닝)-우완 이승현(⅔이닝)-최성훈(⅔이닝)-김태훈(⅔이닝)이 차례로 나와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롱릴리프 전천후 투수 김대우를 제외한다면 올 시즌 삼성의 필승조로 나설 선수들이 모두 마운드에 올라왔다.
잇단 필승조 투입에 자연스레 '마무리 트리오'의 등판도 기대가 됐다. 세 선수는 아직까지 시범경기 출전이 없어 이날 첫 투입이 유력했다.
그리고 0-5로 끌려가던 7회,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KBO 통산 400세이브에 빛나는 '부동의 마무리' 오승환이 7회에 일찍 마운드에 올라 삼성의 '허리'를 지켰다. 시범경기지만 다소 어색한 풍경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단 8개의 공으로 롯데 타선을 돌려 세웠다. 최고 구속은 141km/h에 불과했지만, 한가운데 던진 공도 담장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외야수에게 잡혔다. 오승환은 장두성-전준우-노진혁을 좌익수 뜬공과 우익수 뜬공,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8회엔 김재윤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재윤 역시 오승환과 함께 새 시즌 마무리로 분류되고 있는 투수. 김재윤 역시 삼진 1개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선두타자 강태율을 121km/h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김재윤은 김민성과 나승엽을 모두 외야 뜬공으로 돌려 세웠다. 13개의 공을 던진 김재윤의 이날 최고 구속은 142km/h가 나왔다.
9회는 임창민이 맡았다. 하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선두타자 최항과 1-2 볼카운트 승부에서 볼 3개를 연달아 내주며 볼넷 출루를 허용했다. 이선우와 맞대결에서도 존 양 옆으로 공이 빠져나가며 고전했다. 하지만 풀카운트 승부 끝에 이선우를 삼진 처리한 임창민은 포수 이병헌의 도루 저지로 1루주자를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2개를 올렸다.
이후 임창민은 황성빈에게 볼넷과 도루를 내준 뒤 장두성에게도 풀카운트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이후 전준우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면서 실점했다. 임창민은 ⅔이닝만 소화하고 이재익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임창민은 최고 140km/h의 직구와 포크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삼성은 지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통산 169세이브의 김재윤(34)과 122세이브의 임창민(39)을 영입했다. 여기에 내부 FA 오승환(42)까지 잡으며 마무리 투수만 3명을 보유했다. 앞서 박진만 감독은 "7회는 임창민이 맡고, 8, 9회는 오승환과 김재윤 두 선수에게 맡길 예정이다. 마무리 보직은 시범경기 중반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범경기라 등판 순서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아직 마무리 보직 경쟁 중이기에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했다. 삼성은 남은 시범경기 5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한 뒤, 마무리 보직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경기는 롯데의 7-0 승리로 끝이 났다. 2회 나승엽이 삼성 선발 백정현을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터트리며 선취점을 올렸다. 3회엔 선두타자 윤동희의 안타와 정훈의 볼넷, 상대 실책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노진혁의 땅볼과 유강남의 2타점 적시타로 점수차를 벌렸다. 5회 김민성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은 롯데는 7회 전준우의 2타점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선발 반즈가 4이닝 7삼진 무실점 호투한 가운데, 최준용(1이닝)-진해수(⅓이닝)-김상수(⅔이닝)-최이준(1이닝)-구승민(1이닝)-김원중(1이닝)이 나머지 5이닝을 실점 없이 마무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강민호와 김동엽, 김영웅이 3안타를 합작했을 뿐, 긴 침묵에 빠지며 영봉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