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DB의 김주성 감독이 프로농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정식 감독 데뷔 첫 시즌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것이다. KBL 통산 다섯 번째 대기록이다.
김주성 감독이 이끄는 DB는 1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수원 KT를 107-103으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매직넘버가 ‘1’이었던 DB는 이날 19점 차로 지더라도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오른 채 경기를 치렀다.
2쿼터 한때 15점 차까지 열세에 몰리는 등 경기 초반 흐름은 좋지 못했지만, 후반 들어 선두팀다운 무서운 저력을 선보였다. 결국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승리와 함께 정규리그 1위를 조기에 확정했다.
38승 10패로 48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에 확정한 DB는 프로농구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르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는 기록도 남겼다. 이 부문 1위 기록도 DB(당시 동부)가 지난 2011~12시즌 세웠던 47경기였다.
특히 김주성 감독은 정식 감독 데뷔 첫 시즌 만에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KBL에서는 단 네 명만 이뤘던 대기록이다. 이 기록은 2001~02시즌 김진 감독과 2012~13시즌 문경은 감독, 2015~16시즌 추승균 감독, 2021~22시즌 전희철 감독이 세웠는데, 김주성 감독도 이들의 뒤를 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02년 DB에서 선수로 데뷔해 팀을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이끌었던 ‘원클럽맨’이라 감독으로서도 팀을 정규리그 1위까지 이끈 의미는 더욱 값졌다. 김주성 감독처럼 한 팀에서만 뛰고 해당 팀 감독을 맡아 첫 시즌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건 추승균 감독에 이어 김 감독이 역대 두 번째다.
선수로서 DB의 영광을 함께 했던 그는 선수 은퇴 후 1년이 지난 2019년 막내 코치로 합류한 뒤, 코치 부임 4년 만인 지난해 1월 감독대행 역할을 맡아 DB 지휘봉을 잡았다. 갑작스레 팀을 이끌고도 남은 시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시즌이 끝난 뒤 3년 계약을 통해 정식 감독이 됐다.
정식 감독으로서 치른 첫 시즌. 사실 DB는 시즌 전 이렇다 할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도 7위에 머무르며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터였다. 김주성 감독도 정상보다는 봄 농구에 먼저 의미를 두고 시즌을 준비했다. DB보다는 부산 KCC, 서울 SK가 더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김 감독이 이끈 DB는 시즌 내내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디드릭 로슨이 팀을 중심을 잡은 가운데 김종규와 강상재가 활약했고, 이선 알바노도 팀의 중심에 섰다. DB는 올 시즌 유일하게 평균 득점이 90점대가 넘을 정도로 화끈한 공격 농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들을 원팀으로 아우르며 시즌 내내 흔들리지 않는 1위로 이끈 게 김주성 감독의 리더십이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주성 감독은 “선수 때보다 더 긴장된다”면서 “만약 오늘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되면, 내가 선수들을 이끈 게 아니라 선수들이 나를 이끈 거라고 본다”며 자신보다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되자 김주성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선수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